티저(Teaser) 광고. 대상물을 일정 기간 알리지 않은 채 소비자의 궁금증을 자극해 제품에 대한 관심으로 연결하는 광고를 일컫는다.
실제로 이러한 광고 기법은 최근 광고계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말과 올 초 선보인 '머스트 해브(Must Have)'와 '쇼(Show)' 광고다.
이 광고는 각각 Sky 휴대전화의 브랜드 슬로건과 KTF의 신개념 WCDMA(광대역 코드분할다중접속) 서비스에 대한 것으로 TV 등을 통해 대대적인 노출 공세를 벌였다. 광고계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굵직한 대형 프로젝트가 이 같은 방식으로 진행돼 하나의 중요한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런 흐름이 최근 가요계에서도 중요한 경향으로 떠오르고 있다.
가요계에서도 예전부터 티저 마케팅이 시도됐으나, 요즘에는 대상에 대한 정보를 더욱 철저히 통제하고 있으며 마케팅 과정도 치밀해졌다. 일부는 웬만한 음반의 전체 제작비에 맞먹을 정도의 금액을 티저 마케팅 단계에 투입하는 물량 공세를 벌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MBC TV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스타덤에 오른 정일우가 등장하는 연작 포스터와 영상이다.
지난달 말 서울과 수도권 번화가에 '오죽했으면'이라는 카피와 정일우의 사진 외에 아무 설명 없는 포스터가 등장했다. 이어 아역 스타 출신 백성현이 '그러니까'라는 카피와 함께 등장한 포스터가 추가로 선보였다.
9일부터는 정일우와 백성현을 비롯해 안길강, 김현성이 등장하는 느와르 분위기의 액션 영상이 역시 아무 설명 없이 엠넷닷컴, KMTV, MTV, etn 등 음악전문채널을 중심으로 방송되기 시작했다.
다른 가수들의 일반적인 티저 광고와는 달리 배경 음악이 거의 없어 정체 판단은 쉽지 않은 상황. 다만 이런 티저물이 음악전문채널을 통해 집중적으로 공개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수의 뮤직비디오일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정일우의 소속사 스타K는 "30만 장의 포스터가 배포됐고, 제작과 배포 비용을 합하면 포스터에만 1억 원 정도의 경비가 든 것으로 안다. 영상은 방송사 다섯 곳에서 하루 50여 회 나온다"면서도 티저의 정체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30만 장은 연예계의 포스터 홍보 물량으로는 역대 최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 '미녀는 괴로워'의 마케팅을 담당한 심영 KM컬쳐 이사는 "통상 제작비 50억~60억 원 규모의 영화에 포스터 10만 장 정도를 배포한다"면서 "정우성, 이정재 주연의 영화 '태양은 없다'가 티저 포스터 30만 장을 배포했는데 그 경우가 최고 기록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티저 마케팅을 활용한 사례도 있다. 신인 가수 세이(Sei)다. 다만 이런 경우는 오프라인까지 연계한 정일우의 예보다는 적은 경비가 투입된다.
세이는 2월 '싸이월드 송 페스티벌'에서 금상을 수상한 경력에 힘입어 기획사와 전속계약을 맺었다. 이어 활동 이름을 세이로 바꾼 후 이미지와 영상으로 먼저 대중의 관심을 유도했다.
3월12일께는 20초짜리 이미지 동영상과 함께 세이의 로고를 담아 온라인에 노출했다. 촬영 현장을 배경으로 한 영상이지만 가수와 노래에 대한 정보는 없었다. 이어 3월22일께 세이의 얼굴과 함께 간단한 프로필과 음악의 일부를 공개했다. 하지만 이때도 상당수 네티즌은 이 영상이 가수에 관한 것인지조차 정확히 알지 못했다.
세이는 3월 말 음원과 함께 구체적인 신상을 공개하고 본격 활동에 나섰다. 치밀한 마케팅 덕분에 세이는 최근 한 포털 사이트에 개설한 '세이의 음악상자'에 무려 70만 명의 네티즌이 방문할 정도로 성공적으로 데뷔할 수 있게 됐다.
세이의 소속사 두리스타의 박행렬 대표는 "예전에도 티저 마케팅은 존재했지만 요즘은 인터넷과 연계해 더욱 창조적인 방식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면서 "특히 유망한 신인을 보유했지만 자금력이 충분하지 못한 기획사가 온라인에서 이 같은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인 배우 민효린의 가수 데뷔 과정도 정일우의 예에 앞서 시도된 비슷한 방식의 티저 마케팅이다. 배우 우리의 얼굴과 '언니'라는 카피 외에는 아무런 설명이 없는 포스터가 거리에 나붙었고, 이후 일러스트레이션을 활용한 2, 3차 포스터가 나온 뒤 정체가 공개됐다. 하지만 이 경우는 정체를 감춘 기간이 짧고 홍보 규모가 작아 폭발력이나 대중의 관심도가 정일우의 예에 크게 못 미친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한 가요 관계자는 "이미 1990년대 말 조성모를 시작으로 스카이 최진영 등 '얼굴 없는 가수-뮤비 공개 후 인기몰이-얼굴 공개'식의 티저 마케팅이 가요계에 유행하고 존재했지만 최근에는 아예 가수인지도 알 수 없을 정도로 강도 높은 티저 마케팅이 등장하고 있다"면서 "가요계에 닥친 불황으로 홍보나 바람몰이가 이전에 비해 어려워져 이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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