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슬지 않은 왕년의 실력…아직도 짱짱
희끗희끗한 흰머리, 코 끝에 걸린 안경. 그래도 소리는 빵빵했다. 지난 9일 오후 수원 장안구민회관 한누리 아트홀. 이곳에서 수원 레인보우 경음악단의 창단 공연이 시작되기 전 무대는 단원 20여명으로 가득 메워졌다. 일반 공연과 달리 오랜만에 정식 무대에 서보는 이들과 객석에 앉은 가족들의 감회는 남달라 보였다.
레인보우 경음악단은 젊은이들에게 바통을 넘겨주고 이제는 음악일선에서 은퇴한 장년세대들로 결성된 탓이다.
남편이나 아버지의 오랫만의 연주를 지켜 보려는 중년의 부인들이나 딸들은 학예회에 나간 어린이들을 위해 따뜻한 박수를 준비하고 있었다.
박장길 단장을 포함해 단원들의 가족은 그렇게 이날 공연을 기다려 오지 않았을까.
열린 음악회 형식으로 진행된 이날 한누리 아트홀은 관객들이 꽃을 전달하기도 하고 사진도 촬영하는 등 공연 내내 격식에 얽매이지 않은 흥겨움들로 넘쳤다.
기타, 섹소폰, 트럼본, 트럼펫 등 짱짱한 금관악기 음향들이 기세등등하게 울려퍼진 1부 경음악단 공연에 이어 2부는 젊은 후배그룹 신기루가 무대에 올라 관객들을 위해 ‘불놀이야’ 등을 부르며 흥을 돋웠다.
마지막 3부는 선·후배가 함께한 자두의 ‘김밥’이 이어지면서 객석은 앵콜을 연창했다.
‘삼바댄스’, ‘Besame Mucho’, ‘오브라디·오브라다’, ‘In the Moon’ 등 올드 팝과 지난 세월을 담은 추억의 노래 20여곡이 공연내내 이어지고 젊은 시절 즐기던 노래를 오랜만에 들어보는 관객들 표정에 만족감이 가득했다.
실버악단 창단이라는 것만으로도 의미를 지닌 이날 공연장에서 수원 레인보우경음악단은 마지막 멘트로 “수원지역 음악문화를 위해 봉사공연에 힘쓰겠다”며 음악인의 의지를 다졌다. 좋은 취지에서 출발한 만큼 더욱 좋은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공연이 거듭될수록 발전할 것이라고 기대된다./김효희기자 hhkim@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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