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출신 지휘자 vs 피아니스트

오케스트라의 공연에서 지휘자와 협연자 간의 기(氣) 싸움은 클래식 애호가만이 향유할 수 있는 색다른 재미다.

때론 협연자의 기세에 눌려 지휘자가 지휘봉만 들었지 리드를 내주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오케스트라의 사운드에 협연자의 연주가 묻혀버리는 상황도 생겨나곤 한다.

물론 두 아티스트가 상대에 대한 배려로 이상적인 하모니를 빚어내는 때도 있다.

다음달 23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러시안 내셔널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에서는 지휘자와 협연자에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인 마하일 플레트네프의 지휘, 피아니스트 백혜선의 협연으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3번을 연주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플레트네프는 21세 때인 1978년 차이코프스키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했고, 백혜선도 1994년 같은 콩쿠르에서 1위 없는 3위에 입상했다.

영화 '샤인'을 통해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이번 연주곡도 러시아 오케스트라에 의해 연주되는 러시아 작곡가의 음악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백혜선은 또한 남성 연주자 못지 않은 파워와 열정을 지녀 무대 위에서 생성될 약 40분 간의 사운드에 벌써 음악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음악컬럼니스트 유혁준 씨는 "두 남녀 아티스트 모두 라흐마니노프 곡에 조예와 관심이 높은 만큼 서로 경쟁하기보다는 조화롭게 소리를 만들어 가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플레트네프의 러시안 내셔널 오케스트라는 이밖에 역시 러시아 출신 작곡가인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5번도 연주할 예정이다.

러시안 내셔널 오케스트라는 1990년 플레트네프에 의해 창단됐다. '내셔널'이라는 이름이 붙긴 했지만 1980년대 구 소련 내 개방화 물결의 산물인 러시아 역사상 첫 민간 오케스트라다.

러시아 오케스트라로는 최초로 바티칸과 이스라엘로 들어가 공연을 펼쳤으며, 1999년부터는 미국에서 해마다 정기적인 콘서트를 열고 있다. 5만-16만원.

한편 같은 달 21일 경기도문화의전당, 22일 부산문화회관, 24일 대구 수성아트피아에서도 같은 레퍼토리로 공연이 열린다. ☎02-541-6234.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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