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는 음악에 대한 오색빛 탐구의 시기였다면 이제는 내가 어떤 음악을 하는 사람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할 시기죠. 이번 음반은 그에 대한 첫 대답입니다.”
서울대 사회학과 4학년생이었던 1995년, 그룹 패닉으로 데뷔했던 이적(본명 이동준). 어느새 서른 셋이 됐다. 2005년 말에 김진표와 함께 패닉 4집을 내놔 건재를 과시했던 그는 이번엔 사뭇 다른 느낌의 앨범을 내놨다. ‘나무로 만든 노래’라는 제목의 솔로 3집은 기타 피아노 드럼 등 어쿠스틱 악기 소리와 잘 어우러지는 편안하면서도 서정적인 노래들을 담았다.
“솔로 1, 2집은 각기 독립된 것이라기보다는 패닉, 카니발, 긱스 등 그룹활동에 넣지 못했던 곡들을 모은 것이었죠. 3집은 시간을 따로 가지면서 구상했기 때문에 지금의 제 음악을 대변하는 얼굴이라고 할 수 있어요.”
한 때 이승환과 함께 ‘동안(童顔) 가수’로 불릴 만큼 어려보였던 이적이지만 이젠 제법 나이가 느껴진다. 그는 ‘냇물에 비친 소년의 얼굴에서 소년을 찾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을’이라는 가사의 수록곡 ‘소년’을 두고 “상징적인 의미도 있지만 아침에 거울을 보고 놀라곤 하는 경험도 담겼다”면서 웃었다.
12년간 음악을 하면서 얻은 것은 무엇일까. “보컬 실력이 늘었다”는 점을 그는 가장 먼저 꼽았다. “데뷔 때는 스스로 노래하는 사람이라고 여기지 않았어요. 제가 쓴 곡을 발표한다고만 생각했죠. 앵앵거리는 목소리도 개성이라 자위했고요. 그런데 활동을 하다보니 노래 실력이 늘더라고요. 이제는 제 가창 실력에 맞춰 폭넓은 곡을 쓸 수 있어 좋아요. 큰 재산을 얻었죠.”
그 말대로 3집의 목소리는 한결 여유로워졌다. 타이틀 ‘다행이다’와 ‘사랑은 어디로’와 같은 노래는 묵직한 목소리가 낯설게 들릴 정도. 몇년만에 다시 나오면 지난 번에 같이 활동하던 사람들은 없어지고 당시 신인들이 톱가수가 돼있다는 그는 그럼에도 바뀌지 않은 것은 역시 팬들이라고.
“저희 세대 가수들은 그래도 복받은 편이에요. 1990년대에 중·고교생이었던 20∼30대 팬들이 계속 앨범을 사주거든요. 그런데 지금 10대들은 요즘 아이돌 스타들이 제 또래가 됐을 때 과연 앨범을 사고 공연에 갈까요? 그들에겐 문화는 돈 주고 사는 게 아니라는 인식이 팽배한데요, 아마 10년쯤 지나면 가요계에 더 큰 위험이 닥칠걸요.”
2005년 발표한 소설집 ‘지문사냥꾼’이 13만여권 팔리면서 그는 베스트셀러 작가 타이틀도 얻었다. 책은 만화로 출간됐고 애니메이션과 뮤지컬로도 나올 예정. 뮤지컬에서는 음악 일부를 맡을 전망이다. “요즘 가수들 겸업이 대세라는데 저도 마찬가지”라는 이적. 그러나 “아직은 음악에 더 관심이 많기 때문에 뮤지컬 출연 등 연기자 겸업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면서 웃어보였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