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창작뮤지컬 ‘화성에서 꿈꾸다’ 서울공연

명성황후 뛰어넘은 ‘명품 뮤지컬’

대형 역사 창작뮤지컬 ‘명성황후’를 뛰어넘는, 경기도가 만든 새로운 명품 뮤지컬의 탄생을 보았다.

경기도와 도문화의전당이 지난 15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올린 창작뮤지컬 ‘화성에서 꿈꾸다(Royal Dream of the Moon)’는 전반적으로 지난해 7월 초연 때보다 스토리의 구성과 완성도가 탄탄해졌고, 웅장한 무대장치와 세트, 의상, 배우들의 연기 등이 한데 어우러져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역사극의 특성을 극복하며 대형 역사 창작 뮤지컬의 맛을 잘 살려내 관객들에게 명품 뮤지컬을 선사한 무대였다.

이번 서울공연은 수구세력들 속에 갇혔던 ‘산(정조)’, 두려움 속의 등극과 개혁의 추진, 미스테리한 죽음까지… 연출가 이윤택의 손을 통해 참 매력적인 작품으로 다가왔다.

서울공연은 초연 때와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평민 여성과의 만남에서부터 왕위 등극, 실학자들과의 새로운 세상 접촉, 화성축조와 완성,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진찬례 등 정조의 꿈의 완성 등 극의 큰 줄기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정조의 죽음으로 결말이 났던 비극은 자유로운 극적 구성으로 새롭게 연출됐다.

그러나 초연시 논란을 빚었던 실존인물 빙허각 이씨 대신 이름도 성도 없는 평민여성 장덕이를 등장시켜 자유롭고 파격적인 관계를 설정했고, 장덕이의 남편을 통해 실천적 지식인을 통해 그려내고 이들 삼각관계를 선명하게 그려냈다.

또한 빙허각 이씨와의 만남으로 시작됐던 1막은 혜경궁 홍씨와 사도세자의 비극인 ‘한중록 그 후’가 제시되고 변촌마을에서 만난 여인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것으로 바뀌었고, 탕약을 마시고 죽음을 맞는 비극적 결말은 화성행궁 봉수당 진찬례에서 정조와 혜경궁 홍씨의 꿈이 완성되는 것으로, 관객들이 극의 결말을 상상할 수 있도록 공연 마지막에 올라가는 자막으로 관객들 뇌리에 각인시켰다.

덕이와 첫 만남의 장소인 변촌 마을의 초가집과 궁중, 노량진나루의 황포돛배, 2막에서 덕이의 초가집 옆 나무숲까지 대형무대에 걸맞는 웅장한 무대세트와 아기자기한 세트 등은 대형 뮤지컬의 맛을 충분히 살려냈다.

뮤지컬 대상을 수상한 음악부분도 국악(민요도 선보이고)과 양악이 어우러져 극의 참맛을 살려냈고 뮤지컬 넘버들은 고운 선율을 다시 한번 뽐내 초연 때의 선율을 기억하고 있던 관객들이 노래를 흥얼거리도록 했다.

극을 이끌어 가는 주인공 정조역의 민영기의 역량은 원숙함을 보여 그의 열창은 관객들로부터 기립박수를 이끌어 내기에 충분했고 새롭게 주인공으로 가세한 장덕이역의 임강희 역시 고운 음성으로 이에 가세했다. 또한 초연 때보다 보강된 코러스는 결코 화려하진 않지만 관객들 가슴에 극의 감동을 전달하기에 충분했다.

정조와 장덕이의 사랑 장면의 아리아는 참 아름다웠고 무너진 성 앞에서 스스로 몸을 낮추고 성벽을 쌓으며 다시 시작하는 장면. 달의 노래 등등 마음에 담고 싶은 장면들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극이 끝났어도 관객들은 기립박수를 치며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다만 혜경궁 홍씨의 봉수당 진찬례가 초연때보다 많이 축소된듯한 느낌, 진찬례가 열린 수원화성의 봉수당이 아닌 다른 곳의 사진배경, 무너지지 않은 화성이 무너진 것, 애매한 평민 여성과 정조와의 사랑 등등 초연 때 제기됐던 문제들이 서울공연에서도 그대로 노출돼 있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같은 조그마한 아쉬움 속에서도 한 장면 한 장면 가슴 속에 새기고 싶은 좋은 작품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이종현기자 major01@kgib.co.kr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