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했냐고요? 여성 래퍼 많아졌으면 좋겠어요”…‘잊었니’로 돌아온 T윤미래

‘여왕의 귀환’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 ‘잊었니’의 애절하게 일렁이는 솔, ‘블랙 다이아몬드’에서 쭉쭉 내지르는 가창, ‘페이 데이’의 거칠고 힘찬 랩. 모두 국내에선 좀처럼 듣기 어려웠던 것들이다. 윤미래(26·본명 나타샤 리드)가 5년만에 T(티)라는 이름으로 3집을 냈다는 소식은 그간 외모만 내세운 여가수들, 컴퓨터로 보정된 목소리들에 염증을 느껴온 이들의 귀를 번쩍 뜨이게 할만한 것이다.

13년 전, 13세에 업타운 멤버로 데뷔했던 윤미래. 영원한 ‘힙합 소녀’ 같았던 그는 어느새 20대 중반이다. 그러나 최근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화장기 없는 얼굴과 이를 드러내며 웃는 모습이 여전히 앳되보였다. ‘여왕’과 ‘소녀’라는 두 가지 별명이 모두 어울리는 이미지랄까.

타이틀 ‘잊었니’의 반응이 좋더라고 인사를 건네자 수줍어하는 그는 한결 성숙해진 목소리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목소리가 변했다는 걸 느껴요. 1집 ‘하루 하루’를 불렀을 때는 지금보다 훨씬 어렸고, 한국말도 서툴렀고, 애절한 사랑의 느낌을 알리가 없었죠. 지금은 나이가 더 들었고 경험도 늘어났으니 달라질 수밖에요.”

남다른 가창 테크닉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궁금했다. 예를 들면 ‘잊었니’에서 ‘해는 너무 빨리 떠 오지만’ 같은 부분은 도저히 따라할 수 없을 정도. “이렇게 부르자 하고 정해놓고 하는 건 아니에요. 어려서부터 1960∼1970년대 미국 음악을 많이 들어서 저도 모르게 따라하게 되나봐요. 슬픈 노래를 듣는 사람이 슬프게 느끼게 하려면 어떻게 불러야 할지를 생각하죠.”

쉬는 동안 랩과 가창력을 갖춘 후배 여가수들에 밀려 자신의 자리가 없어지지는 않을지 불안했을 법도 한데, 그의 대답은 의외였다. “그런 생각도 물론 있었지만, 전 사실 여성 래퍼, 솔 싱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그럼 서로 돕기도 하고 더 열심히 하게 되잖아요?”

이번 앨범에서 가장 화제가 된 노래는 ‘검은 행복’이다. ‘유난히 검었던 어릴적 내 살색 사람들은 손가락질해’로 시작하는 자전적인 가사와 미군인 아버지 토머스 J 리드(51)씨가 내레이션을 맡았기 때문. 이 과정에서 혼혈아로서 힘들었던 어린시절이 부각됐지만 윤미래는 오히려 “노래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건 내겐 지금 음악이 있어 행복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혼혈아동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간단하면서도 복잡하다”고 답한다. “피부색으로, 부모의 국적으로 따지지 말고 똑같이 대해주는 것, 그건 간단하죠. 그렇지만 국적이나 학교 문제 등 제도적으로 풀어야 할 것도 많아요. 저도 조금씩이라도 힘을 보태고 싶어요.”

언제쯤 콘서트를 통해 만날 수 있는지 물었다. “당장 내일이라도 하고 싶은데, 아직 날짜는 안잡혔지만 전 벌써 연습하고 있어요. 기다린 만큼 만족할 수 있는 잘 준비된 공연을 보여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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