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수원시향 창단 25주년 기념 음악회 ‘기분좋은 봄무대’

무대 한가득 둘러앉은 오케스트라의 장중한 음악에 맞춰 바이올린과 첼로의 활들이 춤을 추기 시작하자 관객들은 보기 드문 매너로 조용히 음악을 감상했다. 지난 14일 수원시립교향악단은 창단 25주년 기념으로 좀처럼 듣기 힘든 슈니트케의 곡과 함께 말러의 곡을 연주했다.

음반으로 듣는 것과 달리 교향악단 연주를 눈 앞에서 듣는 것은 또 다른 감흥을 전달했다. 연주자들이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이며 연주에 힘을 다하는 모습이 그랬고, 무대 곳곳에서 솟아나는 현란한 음들이 눈과 귀를 동시에 즐겁게 했다. 수원청소년문화센터 온누리아트홀에서 진행된 이날 공연장은 아이들과 가족단위 관객들로 가득 채워졌다.

모두 5악장으로 구성된 말러의 곡은 전체적으로 웅장하고 힘이 느껴지지만 다소 음울한 분위기가 감돌아 아이들이 듣다가 지루해할 듯 했다. 공연 전에는 아이들이 많아 음악 감상 중에 소음을 내지 않을까 걱정스럽기까지 했다.

정작 두 시간에 걸친 연주회가 시작되자 객석은 보기 드물게 조용한 매너를 유지했다. 클래식 감상에 대한 사전지식이 풍부한 이들이 모였는지 음악을 감상하는 매너도 훌륭했다.

악장과 악장 사이 큰 소음도 없었고 조용한 가운데 공연이 진행됐다. 긴 공연을 버티지 못한 일부 아이들이 음악감상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용히 옆문으로 나가기는 했지만, 아무 곳에서나 박수를 쳐대는 관객은 없었다. 기분좋게 음악을 감상하고 나오면서 이런 객석 문화가 어른부터 아이까지 지역공연문화에 완전히 자리잡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김효희기자 hhkim@kgib.co.kr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