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현장에는 숨은 주인공들이 많다. 화려한 진행자 이면에는 PD, 카메라맨, 엔지니어 등의 보이지 않는 손길이 가득 묻어 있다. 스튜디오를 채우는 방청객 역시 방송을 만드는 또 다른 주역이다. 일반인이면서 방송을 만드는 방청객, 그들의 유쾌·상쾌·통쾌한 뒷이야기를 모았다.
◇방청객 어떻게 참여하나
KBS, MBC, TBC 등 지역 지상파 방송들은 방청객이 참여하는 스튜디오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KBS의 '토요아침마당' '금시초문', TBC의 '건강클리닉' '창업스토리 뭐니머니' 등이 대표적인 방청객 참여 프로그램이다. 대구MBC는 지난 개편에서 방청객 참여 프로그램이 막을 내리면서 당분간 쉬고 있는 상태다.
프로그램은 한 번 녹화에 들어가면 20∼30명의 방청객이 초대된다. 담당 작가들이 사전에 참석할 방청객과 미리 약속을 하여 둔다. 녹화가 낮에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대개 주부들이 대상이다. 참여한 방청객에게는 별도의 출연료가 지급된다. 방송국별로 또는 녹화에 소요되는 시간에 따라 회당 1만∼2만원으로 달라진다.
◇PD가 말하는 방청객
방청객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은 생동감이 있어서 좋다는 것이 PD들의 입장이다. 스튜디오에서 진행자 위주로 흐를 경우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분위기를 방청객들이 즉석에서 반응을 함으로써 프로그램이 훨씬 활기차 보이고, 세트가 풍성해진다는 것.
'와∼' '우∼' 같은 방청객들의 탄성을 삽입함으로써 분위기가 금방 생동감이 느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방청객을 초대하면서 당황하는 경우가 간혹 발생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표정이 좋은 사람, 진지하게 프로그램에 몰두하는 사람 등에 카메라를 비추는데, 정작 카메라를 갖다 댔을 때 딴전을 피우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 카메라에 불이 들어왔는데 먼산을 보거나, 지루해 하며 하품을 하게 되면 감독은 식은땀을 흘리며, 카메라를 딴 곳으로 옮겨간다. 너무 조용하고 점잖은 방청객도 PD들의 기피대상 1호가 된다.
◇방청객들의 희로애락
방청객에게 특별히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 방청객 아르바이트 4년차에 접어든 주부 강애화씨의 말을 빌리면, 최고로 좋은 프로그램은 '요리' '가요' 프로그램이란다. 방송이 끝나고 나면 만든 음식을 함께 나눠먹거나, 노래를 부르며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가끔 어려움을 느끼기도 하는데, 지루하고 딱딱한 프로그램에서 활짝 웃어야 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녀는 방청객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지켜야 할 수칙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한 번씩 클로즈업될 경우를 예상해 아침부터 미용실 가고 예쁜 옷을 챙겨 입어야 하는 것"이라고 살짝 귀띔을 한다. 녹화 중에는 휴대폰을 끄고, 카메라를 바라보지 않으며, 초대손님의 말을 열중해서 듣는 것도 필수요건이란다. 방송 후 친구, 친지들의 전화를 받는 것은 이 일에서 얻는 쏠쏠한 기쁨이라고 덧붙인다.
◇에피소드
방청객 참여 프로그램 녹화가 있는 날이면 스튜디오에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육중한 스튜디오 문이 열리면 수십명의 방청객이 한꺼번에 뛰어들어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한 전쟁을 치른다. 좋은 자리란 카메라가 자주 비치지 않은 구석자리다.
방청객을 섭외하는 작가들에게는 '드림팀 리스트'가 별도 관리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작가들은 여러 단체를 선정해두고 돌아가면서 초대를 하는데, 가끔 동일한 방청객이 몇 주 연달아 출연하기도 하는 것. 이럴 때는 해당 프로그램 인터넷 게시판에 "매번 그 사람만 나오냐"는 항의성 글이 올라오기도 한다.
스태프에게 비상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점심시간 후 이뤄지는 녹화에서는 가끔 방청객들이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졸기도 하는데, 이럴 때는 작가, AD가 애교와 협박 등으로 졸음 몰아내기를 위해 움직인다. 그러나 대부분의 방청객은 방송현장에 직접 참여하고, TV에서만 보던 방송인들을 만난다는 기쁨으로 진지하게 녹화에 임한다는 것이 제작진의 이야기다.
방청객으로 참여하고 싶은 일반인이 있다면 제작진에게 연락을 하거나, 해당 프로그램 홈페이지에 참여의사를 밝히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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