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먼저 읽을까? 영화 먼저 볼까?…반전 묘미 맛보려면 원작 ‘NO’

“원작 먼저 읽을까, 영화 먼저 볼까?”

요즘 만화와 소설 등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영화들이 유독 많다. 베스트셀러나 유명 고전을 원작으로 한 작품들은 홍보면에서는 유리하지만 원작을 읽은 관객과 그렇지 않은 관객을 고루 만족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나름의 고충을 겪는다. 관객 입장에서는 영화를 재미있게 보려면 원작을 먼저 읽어야 할지, 그 반대 편이 나을지 고민될 수 있다. 이런 관객들을 위해 최근 영화들을 대상으로 원작을 미리 보는 편이 나은 쪽과 보지 않는 게 나은 쪽을 구분해봤다.

원작 먼저 읽으면 재미 2배

문학작품을 스크린에 옮긴 영화들은 원작을 먼저 읽는 편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런 영화는 원작을 화면 위에 충실히 옮기는 데 중점을 두기 때문. 또 문학작품은 대개 인간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하는데, 사건과 대화 위주로 진행되는 영화에서는 이를 다 전달하지 못하게 마련이어서 원작을 미리 보는 편이 인물의 심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오는 14일 개봉할 ‘페인티드 베일’이 이런 경우. 영국 작가 서머셋 몸의 소설을 극화한 이 작품은 1920년대 영국인 세균학자가 불륜을 저지른 아내를 콜레라가 창궐하는 중국 오지로 데려간다는 내용. 책에 묘사됐던 당시 영국 및 중국의 풍경, 콜레라 지역의 끔찍한 모습 등이 상당한 스케일로 펼쳐진다. 다만 원작이 애증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어리석은가를 팽팽한 긴장과 냉소 속에 그려내는 데 반해 영화는 서정성에 치중하다보니 이를 잘 표현하지 못한다. 때문에 책을 먼저 읽게되면 작품이 궁극적으로 말하려는 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최근 각광받는 일본 대중소설 원작의 영화들도 마찬가지다. 8일 개봉하는 ‘마미야 형제’, 한국에서 영화화가 진행중인 ‘반짝반짝 빛나는’, 이미 상영된 ‘도쿄타워’ ‘냉정과 열정 사이’ 등 에쿠니 가오리 작가의 원작은 별다른 기승전결 없이 담담한 일상 속에 세밀한 심리를 담아낸다. 따라서 이를 바탕으로 한 영화들은 잔잔하다 못해 밋밋하게 여겨질 수 있는데 책을 통해 재미를 맛본 관객들에게는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다.

원작 안봐야 재미 100%

영화 관계자들은 작품을 소개할 때 “원작을 읽어도 안읽어도 재미있다”고 강조한다. 홍보를 위해 당연한 것이지만 대부분 영화들이 원작과 차별되는 부분을 준비한다는 점에서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원작을 안보는 편이 도움이 되는 영화도 분명히 있다. 바로 영화의 핵심이 되는 반전이 원작 그대로인 경우다.

지난해 인기를 끈 ‘타짜’의 경우 허영만 원작 만화를 미리 보지 않은 관객들의 반응이 더 좋았다. 클라이막스에 해당되는 고니(조승우)와 아귀(김윤석) 대결의 반전이 원작 그대로였기 때문에 이를 아는 사람들은 한창 긴장할 대목에서 김이 빠졌던 것.

오는 6월 초 개봉할 황정민 주연의 ‘검은 집’ 역시 이런 경우다. 일본 호러 작가 기시 유스케 원작의 이 작품은 보험회사 직원이 어린이 자살 사건의 미스테리를 파헤치는 내용. 영화는 원작의 반전을 살려 각색했기 때문에 책을 미리 읽는다면 영화의 긴장감을 충분히 느끼기 어려울 수 있다. 22일 개봉할 ‘향수: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도 파트리크 쥐스킨트 원작의 충격적 결말이 그대로 그려지기 때문에 책을 읽지 않고 관람하는 편이 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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