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재야 소리꾼 한자리에…

‘우리가 기억해야 할 3인의 가인’ 공연…15~16일 국립국악원

전설적인 재야 소리꾼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오는 15~16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리는 ‘우리가 기억해야 할 3인의 가인(歌人)’ 공연.

양주 출신인 고 김옥심 명창의 무릎제자 남혜숙 명창과 판소리 박초선, 시조의 서현숙 등이 주인공들이다.

재야 소리꾼은 세상의 변화에 맞춰 새로운 흐름을 타기보다 스승의 법통을 올곧게 지켜가며 제 갈길을 가는 명인·명창들이다. 한국 음악사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거물급 재야명창’ 소리를 동시에 만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이날 무대는 판소리, 민요, 정가(가곡 가사 시조) 분야에서 독보적인 3명의 현역 여류명창들이 무대를 꾸미며 김여란제 춘향가, 유종구제 시조, 김옥심제 경서도잡가 등 이름만 들어도 가슴설레는 소리들과 데이트할 수 있다.

가평 출신인 남혜숙 명창(66)은 경서도소리 명창 김옥심의 제자로 유일하게 김옥심의 서도잡가, 경기잡가, 시조, 가사 등을 모두 섭렵했다. 이번 공연에는 서도잡가 ‘관동팔경’과 ‘제전’, 서울·경기잡가 ‘제비가’ ‘평양가’ ‘유산가’ ‘집장가’ 그리고 김옥심의 특장인 ‘정선아리랑’ 등을 선사한다.

(사)서울소리보존회 이사장인 남 명창은 지난 60년 김순태 명창을 사사한 후, 지난 68년부터 본격적으로 김옥심을 사사했다. 지난 75년 김옥심 명창의 문화재 지정 배제 사건 이후 많은 제자들이 김옥심을 이탈했으나 유명순·편영화 등과 함께 김옥심제 소리를 지켰다.

77세인 판소리 명창 박초선은 전설적인 명창 박록주·김여란의 무릎제자로 여성소리꾼 최초로 판소리 완창공연을 가졌다. 50대 이미 명창 반열에 올라 국악계를 풍미했던 최초의 석사(단국대 국문학)소리꾼이기도 하다.

공연 첫째날은 동편소리 최고의 여류명창으로 평가받는 스승 박록주의 ‘흥보가’와 박록주의 특장인 단가 ‘백발가’ 등을 부르고 둘째날은 서편소리의 대가인 조상선, 김여란 등의 특장인 ‘춘향가’와 단가 ‘만고강산’, ‘적벽부’ 등을 열창한다.

고 정광수 명창은 박초선을 “자기예술을 상품화하지 않은 철저한 소리꾼”이라고 칭송했었다.

서현숙 명인(68)은 정가 명인 유종구의 수제자로 20세 나이에 정가계에 입문, 지난 67년 전국 가곡시조 경창대회에서 1등을 차지하며 향제시조의 명인으로 우뚝 섰다. 그는 공연기간 동안 유종구 명인에게 사사받은 평시조 ‘청산리 벽계수야’, ‘청산은 어찌하여’, 중허리시조 ‘산촌에 밤이드니’, 반각시조 ‘초당에 곤히 든 잠’, 우조시조 ‘나비야 청산가자’ 등을 들려준다.

현재 (사)한국전통예악총연합회 이사장으로 활동하는 서 명인은 임춘앵 일행의 여성국극을 계기로 국악에 입문했다. 그는 70년대 결혼 등으로 잠깐의 공백기 이후 80년초 컴백, 시조음반 발매를 비롯해 부여백제문화제 시조가곡 경창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문의(02)580-3333

/이형복기자 bo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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