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교포 감독 두 영화…日 영화제 휩쓴 ‘훌라걸스’ vs 한일합작영화 ‘수’

일본 영화계에서 인정받는 재일교포 감독의 작품 두 편이 나란히 개봉한다. 이상일(33) 감독이 탄광촌 소녀들의 희망을 유쾌하게 담아낸 '훌라걸스'(3월1일)와 최양일(58) 감독이 처음으로 찍은 한국 영화 '수'(3월22일)가 그것. 한국과 일본의 정서를 공유한 두 감독의 작품이 국내 영화계에 신선한 자극이 될 듯하다.

훌라걸스

얼마 전 일본 아카데미 영화상에서 작품상 감독상 등 5개 상을 수상했고 키네마준보, 마이니치 영화콩쿠르, 닛칸스포츠 영화대상 등 주요 영화제를 휩쓸다시피 했다. 영화의 장점은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독립영화의 느낌과 장년층이 좋아할 감동을 함께 갖춘 것.

폐광 위기의 탄광촌 주민들이 온천수를 활용해 휴양지를 만들어낸 실화를 그리면서 그 안에 소녀들이 훌라 댄서라는 꿈을 이뤄가는 과정을 담았다. 이와이 ??지 감독의 '하나와 앨리스'에서 발레 실력을 과시한 여배우 아오이 유우가 훌라 댄스를 훌륭하게 소화해낸 장면들이 매력적이다.

한·일합작 영화로 착각하기 쉽지만 최 감독을 제외하고는 모두 국내 인력이 만든 한국 영화다. 최 감독은 "일본 스태프를 데려와도 좋다"는 제작사 제안도 거절하고 철저하게 한국 시스템 안에서 작업했다고.

지진희 강성연 주연의 이 영화는 한국의 코믹 만화 '더블캐스팅'을 원작으로 하지만 죽은 쌍동이 동생의 복수를 위해 동생의 신분을 위장해 낮에는 경찰, 밤에는 해결사가 된 남자라는 설정만 가져왔을 뿐 분위기가 전혀 다른 처절한 복수극이다. 제작사인 트리트클럽 신범수 이사는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에 비견될만한 하드보일드"라며 "한국과 일본 어느 영화와도 느낌이 다른 작품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재일교포 영화인들

최양일 이상일 감독은 소수자의 정서를 잘 표현하는 연출자들이지만 일본 영화계에서 이미 소수자가 아니다. 1980년대부터 영화를 만든 최 감독은 데뷔작인 '10층의 모기'부터 '친구여 조용히 잠들라'(1985), '달은 어디에 떠있는가'(1993), '피와 뼈'(2004) 등을 통해 독보적인 하드보일드 스타일을 구축해왔다. 일본 영화감독협회 이사장으로도 재직중이다.

이 감독은 2004년 무라카미 하루키 원작의 '식스티 나인'으로 이름을 알렸고 '보더 라인' '스크랩 해븐' 등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번에 '훌라걸스'가 보수적인 일본 아카데미상을 휩쓴 것은 아직 재일교포에 대한 장벽이 존재하는 일본 내에서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고.

'훌라걸스'의 제작자인 이봉우(47) 시네콰논 대표 역시 재일교포 영화인이다. '서편제'를 시작으로 한국 영화들을 일본에 소개해오다 1994년부터 제작에 나섰으며 최 감독과도 작업했다. 2005년에는 재일교포의 삶을 그린 '박치기'로 일본 영화상을 휩쓸었고 현재 속편을 제작중이다.

이밖에 애니메이션 음악으로 유명하고 최근 '천년학'과 '천년여우 여우비' 음악을 맡은 양방언 음악감독, 다큐멘터리 '디어 평양'으로 베를린 영화제에서 수상한 양영희 감독, 지난해 부산영화제에 소개된 '사카이 가족의 행복'의 오미보 감독 등이 일본에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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