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가고, 아버지가 온다.
올해 한국영화계에서 유난히 '부성애'를 주제로 한 작품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우리 형' '말아톤' '해바라기' '열혈남아' '허브' 등 지금껏 모성애가 담긴 영화들이 많았던 것에 비해 눈에 띄는 현상이다.
박진표 감독의 '그놈 목소리'가 아들을 유괴당한 부모, 그 중에서도 특히 아버지의 감정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 데 이어 송강호 주연의 '우아한 세계'와 박신양 주연의 '눈부신 날에'가 4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연애의 목적'으로 주목받은 한재림 감독의 차기작 '우아한 세계'는 조직폭력배가 평범한 아버지로 등장한다. 직업이 조직폭력배일 뿐 영화의 내용은 부성애를 주제로 한다. 평범한 일상을 연기하는데 탁월한 재능을 보이는 송강호가 그려낼 조폭 아버지의 모습에 관심이 간다. 4월5일 개봉 예정.
4월19일 개봉 예정인 '눈부신 날에'는 박신양이 밑바닥 인생을 살면서 느닷없이 나타난 딸의 존재에 대해 거부감을 갖다 애정을 느끼는 과정을 보여준다. 박광수 감독 작품으로 자신밖에 몰랐던 '양아치' 인생이 딸로 인해 변화되는 모습을 그린다.
5월에는 장진 감독의 '아들'과 정진영 주연의 '날아라 허동구'가 기다리고 있다.
차승원이 15년 만에 단 하루의 휴가가 허락된 무기수 아버지로 출연해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과의 가슴 설레는 만남을 보여준다. 아버지의 서툰 사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날아라 허동구'는 야구선수가 꿈인 IQ 60의 11살 아들 동구와 동구의 유일한 친구인 아버지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다.
또 백윤식, 이문식 주연의 '성난 펭귄'도 딸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은행을 털게된 초짜 강도 아버지와 비리경찰의 꼬이고 꼬이는 하루를 담았다. 5월 개봉 예정.
다니엘 헤니의 차기작도 입양아와 사형수 아버지의 만남을 주제로 한 '마이 파더'. 김영철이 아버지 역을 맡았으며, 친부모를 찾아 한국에 온 입양아가 사형수인 아버지와 만나는 가슴 울컥한 부정을 그린다.
신현준, 허준호가 주연을 맡은 '귀휴'는 희귀병에 걸린 친구의 딸에게 간 이식을 해주기 위해 고향으로 간 무기수 살인범 태주와 태주의 옛 친구이자 형사인 영우의 애절한 부성애를 담는다.
한국영화는 아니지만 3월1일 개봉할 윌 스미스의 '행복을 찾아서' 역시 부성애를 주제로 한 작품이다. 이 영화로 윌 스미스는 아카데미 영화상에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월스트리트의 성공 신화로 여겨지는 크리스 가드너의 실화를 영화로 만든 작품으로, 빈털털이가 된 아버지가 온갖 역경에도 아들과의 믿음, 사랑을 지켜가는 내용이다.
영화적 장치를 위해 사형수, 조직폭력배 등 다소 극적인 직업을 택하고 있지만 부성애라는 기본적 정서에 호소하고 있다.
이 같은 '아버지 영화' 붐에 대해 '아들' 제작사인 필름있수다 기획실 관계자는 "단순히 가족 영화를 벗어나 아버지를 통해 부권이 상실됐다는 이 시대 아버지상을 새롭게 정립하기 위한 노력인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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