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연극 ‘용호상박’ 마지막 앵콜공연을 보고

웃음과 사색의 절묘한 만남

해학적이면서 무언가 생각하게 하는 한편의 재미있는 굿판을 만났다.

지난 25일 오후 8시 서울 남산 드라마센터에서 만난 ‘용호상박’(오태석 작·연출 전무송 주연) 앵콜공연 마지막 공연은 200여 관객들의 자연스런 웃음이 묻어나게 하는 좋은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지난 2005년 초연 당시 故 동랑 유치진 선생(드라마센터 설립자)의 제자인 오태석·전무송·이호재가 그들의 연극적 모태였던 드라마센터에서 30년만에 다시 만나 공연을 올려 화제를 낳았다. 오태석이 연출하고 전무송 경기도립극단 예술감독이 주연을 맡아 그해 동아연극상 대상에 이어 연출상(오태석), 연기상(전무송) 등을 받았고 올해 앵콜공연을 하게 됐다.

이 연극에는 드라마센터의 이레나 무대(반원형)무대, 전무송 감독의 과장됨 없이 군더더기 없는 연기, 무당으로 나온 하룡의 처(이수미)의 무대를 휘어잡는 사설과 배우들의 연기 조화와 함께 첼로의 선율을 바탕으로 관객들이 흥얼거리고 자연스레 웃음이 터지게 하는 배우들의 대사 등 놀이와 해학과 비극 등이 조화롭게 녹아있다.

한 마을에서 대대로 무업을 가업으로 잇는 형제간의 우애가 100년만에 찾아온 서낭신 범신으로 인해 시험을 겪고 결국 형제의 죽음으로 이어지는 게 큰 얼개.

엄격하기만 한 형 팔용과 범의 꾐에 빠져 장삿속을 챙기는 동생 하룡. 어린 무녀의 놋동이 춤으로 시작해 팔용과 하룡 형제간에 범굿을 누가 주관하느냐를 놓고 갈등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굿을 벌이고, 굿이 끝난 후 대숲이 흔들리면서 범어른이 팔용 앞에 나타나 “100년만이네. 내 올부터 매년 댕겨갈라네”라고 말하며 호랑이보다 무서운 곶감을 던지고 사라진다.

근래 관습에 따라 어부들이 묻어놓은 소머리를 용신에게 바치기 위해 가져가려 하자 팔용이 “범어른이 나타났다”며 말리지만 실패하고, 범어른의 꾐에 빠져 소머리로 돈을 버는데 신이 난 동생과 다투던 팔용이 범어른의 꾐에 속아 가짜 범굿을 펼치다 소머리에 꽂혀있던 칼에 찔려 죽고 동생 하룡도 용왕이 준 전복에 물린 범어른을 도와주려다 오히려 물려 무당형제는 범의 꾀에 빠져 목숨을 잃는다.

졸지에 두 형제가 피를 보게 되고 하룡의 처가 조근조근 낮고 따스하게 범신을 달래고 범은 생명과 복을 주는 서낭으로 가가호호 명도 주고 복도 주며 1년에 한번은 들려달라고 당부하며 끝난다.

연극을 보면서 참으로 오랜만에 제대로 벌어진(해학적이어서 재미있지만 뭔지 생각하게 하는) 굿판을 보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전무송 감독의 농염한 연기력과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극을 이끄는 정진각의 연기, 이수미(하룡의 처)의 서늘하면서도 구성지게 뽑아내는 무가 가락, 독특하게 맨발로 연기하는 배우들의 완벽에 가까운 하모니와 때때로 던지는 해학적인 대사, 실제 대나무로 만든 웅장한 규모의 대숲, 고래가 뿜어내는 물분수 등등 관객들과 배우가 면전에서 만나는 에이프런형 무대와 함께 어우러져 70분동안 극에 몰입할 수 있었다.

다만 극의 무대가 경상도 지역인데도 두 형제가 충청도 사투리를 사용해 극 설정과 맞지 않았다는 점과 두 형제의 갈등이 표면적으로 나타났지만 형제간의 우애나 화해 등의 과정이 없었던 점은 못내 아쉬웠다./이종현기자 major01@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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