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준비를 시작하면 바로 그것을 활용할만한 기회가 찾아와요. 우주가 저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줄 생각한 적도 있다니까요. 그래서 더 가만히 있질 못하고 계속 새로운 것을 시도하게 되죠.”
가수 서문탁(29·본명 이수진)은 항상 새로운 소식을 전한다. 데뷔 초에는 아마추어 여자 복싱선수 3호라는 점이 화제를 모았고 2003년에는 훌쩍 일본으로 유학을 가더니 곧바로 영화 ‘화산고’의 일본 내 O.S.T 작업에 참여했다. 2005년에는 국내 뮤지컬 ‘헤드윅’에서 남자 배역인 이츠학을 맡아 놀라게 했다. 얼마 전 6집을 낸 그는 3월부터 일본에서 뮤지컬 ‘더 후스 토미(The Who’s Tommy)’에 출연한다는 소식을 가져왔다.
최근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운이 좋았던 것”이라고 밝혔다. “제가 맡은 집시 퀸이 부를 노래가 두 옥타브를 넘나들어요. 일본에서 마땅한 여가수를 못찾은 프로듀서가 한국 여가수를 찾아봤는데 마침 제가 일본에서 냈던 음반들하고 헤드윅 출연 경력이 눈에 띄어 캐스팅된 거예요. 일본에서 음악활동을 한 것도 무작정 어학연수를 갔다가 때마침 한국 록가수를 찾던 ‘화산고’ O.S.T 제작진에 발탁된 거였는데, 이렇게 뭔가 시도하면 기회가 따라오더라니까요.”
이 뮤지컬은 1975년작 미국 영화 ‘토미’를 원작으로 한 브로드웨이 작품으로 이번에 일본에서 초연된다. 서문탁이 맡은 집시 퀸 역할을 원작에서는 티나 터너가 해냈다. 이번 출연에 대해 그는 “일본에서 계속 활동하고 싶었는데 좋은 계기가 될만한 기회를 얻었다”며 기뻐했다.
지난달 낸 6집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타이틀 ‘가거라 사랑아’는 발표 직후 가요순위(벅스 차트) 3위에 올랐고 최근까지 20위권에 머물고 있다. “순위표를 보니까 제 노래 빼고는 거의 어린 남자 가수들의 10대 취향뿐이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씁쓸하면서도 뿌듯했어요. 내 또래, 같은 정서를 가진 사람들에게 제 노래가 의미가 있겠구나 싶어서요.”
‘가거라 사랑아’는 “너와 함께였기에 행복했었다 내 것이 아닌 내 사랑아”라며 연인을 대범하게 떠나보내는 내용의 노래. 스케일 큰 반주 속에 서문탁 특유의 내지르는 가창력이 어우러져 시원한 느낌을 준다. 이 곡에 대해 그는 “어릴적 이별할 때 내 입장만 생각했지만 조금 나이가 들다보니 상대도 배려해주고 싶어진다”면서 “20대 후반, 30대 여성들이 많이 공감하는 노래”라고 말했다.
2005년 5집에서 부드러운 솔 창법을 시도했던 그는 “워낙 해보고 싶던 것이라 무작정 시도했는데 대중들은 편하다며 좋아했지만 팬들은 서운해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이번에 다시 록 창법으로 돌아왔지만 데뷔곡 ‘사랑, 결코 시들지 않는’과 비교하면 날카로움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어떤 의도를 가지고 창법을 바꾼 것은 아니에요. 다만 그동안 활동하면서 내 안에 있는 걸 다 열어 보여주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고 절제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거죠. 이런 게 성장하는 것 아니겠어요?”
일본 공연이 끝난 후 돌아와 6집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것 외에 별다른 계획이 없다는 서문탁. 하지만 끊임없이 뭔가에 도전하는 그이기에 얼마후 다시 새로운 소식을 들려주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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