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능과 역동의 춤 훌라(Hula). 영화 '훌라걸스(Hula Girls)'에서 여배우 아오이 유가 온 몸을 흔들며 보여주는 훌라 춤은 춤꿈이 만들어내는 무대처럼 화려하고 역동적이다.
춤 사위 하나로 관객을 매혹시키고 배우의 열정에 박수를 보내게 만드는데, 영화 속 내용은 이 보다 더 마음을 끌어당기고 움직인다.
올해 일본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서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비롯, 감독상ㆍ여우조연상ㆍ각본상ㆍ화제상 등 5관왕을 차지한 이 영화에 대해 국내 시사회에 참석한 이상일 감독은 "수상 결과를 의식하지 말고 머리 속을 말끔히 비운 뒤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화에 대한 자신감이 느껴지는 대목.
'훌라걸스'는 1960년대 일본 탄광촌을 배경으로 연탄에서 석유로 연료가 대체되자 탄광촌 주민이 리조트를 만들어 경제위기를 타개해 나간다는 설정에서 시작된다.
일본의 한 탄광촌. 가난 때문에 학교조차 다니지 못하는 사나에는 친구인 기미코(아오이 유)에게 '하와이안 댄서 모집' 전단을 보여주며 "탄광촌을 벗어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함께 응시하자고 설득한다. 폐광 위기를 놓인 마을을 구하려고 탄광회사는 하와이의 모습을 마을로 옮겨오는 '하와이안 센터' 설립을 추진하면서 센터에서 훌라춤을 출 댄서들을 모집 중이었다.
전단을 보고 마을의 소녀들은 댄서 모집 설명회에 참석하는데 배꼽을 드러내고 엉덩이를 흔드는 이 춤을 접하고는 기겁해 도망친다. 남은 사람은 기미코와 사나에, 그리고 아줌마인 하쓰코,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억지로 끌려 온 멀대 같은 사유리 뿐.
얼마 후 세련되고 아름다운 춤선생 미도카(마쓰유키 야스코)가 도쿄에서 내려오고 본격적인 훌라댄스 교습이 시작된다. 하지만 기미코가 훌라댄스를 배운다는 사실에 엄마(후지 스미코)는 불같이 화를 내고, 기미코는 엄마에 맞서 집을 뛰쳐나와 댄스 교습소에서 힘든 생활을 감수한다.
이후 마을을 구하기 위해 소녀들이 댄스 교습소로 다시 몰려들면서 훌라댄스팀이 꾸려진다. 피나는 노력 끝에 드디어 훌라댄스팀은 홍보 겸 순회 공연을 떠난다.
영화는 훌라댄스팀이 역경을 이겨내고 훌륭한 프로 댄스팀으로 거듭난다는 내용을 담았다. 실패한 무용수라는 자괴감에 빠져있는 춤 선생과 재능 없는 댄서들이 만들어낸 눈물겨운 성공 스토리는 실화라는 강점과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감동을 배가시킨다.
여기에 1960년대 잿빛 탄광촌을 현실감 있게 재현한 감독의 연출력이 만나 드라마에 무게감을 더한다. 감동의 포인트를 아는 이상일 감독은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의 이야기를 우리 것 인양 느끼게 하는 힘을 발휘했다.
'69 식스티 나인' '스크랩 헤븐' 등에서 남자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던 이상일 감독은 '훌라걸스'에서는 강인한 여성에 포커스를 맞췄다. 기미코와 그녀의 어머니, 그리고 춤선생 마도카로 대표되는 강한 여성들은 '메이크업'하지 않았지만 그래서 더 아름다운 여성들을 보여준다.
잿빛 탄광촌과 대칭축을 이루는 울긋불긋 화려한 훌라춤은 영화의 최대 볼거리. 격정의 춤사위가 끝난 뒤 댄서들이 몰아쉬는 거친 숨소리는 화려한 댄스보다 더 아름답다.
3월1일 개봉. 전체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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