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 데뷔 결정 후 작년 봄 첫 녹음에 임한 황보는 작곡가 오승은 씨로부터 "신경 쓰지 말고 불러라. 그냥 해봐라"는 말을 들었다. 립싱크 위주의 댄스 그룹 샤크라 출신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작곡가를 포함한 스튜디오 스태프가 황보에게 건 기대가 높지 않았던 것. 더욱이 오씨는 불과 녹음 두 시간 전에 자신의 곡을 부를 가수가 황보라는 사실을 전해들었다.
일단 황보가 노래를 부르고 나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오승은 씨는 "기대치가 낮았는데 많이 올라왔다. 조금 더 높이자"고 격려했고, 프로듀서를 맡은 작곡가 안정훈 씨도 "솔직히 기대치가 '0'이었는데 기대이상 해줬다"고 말했다.
이에 황보도 "팬들도 나에 대한 기대치가 낮았으면 좋겠다"면서 "기대치가 '100'인 것보다는 '0'에서 시작하는 게 훨씬 낫다"고 솔로 데뷔 소감을 드러냈다. 그는 2003년 샤크라 이후 4년 만인 27일 음반 '레이디 인 블랙(Lady in Black)'을 발표하며 솔로가수로 본격 활동을 펼친다.
"기대치를 낮춰달라"는 황보의 주문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이번 음반에서 선보인 황보의 음색은 수준급이다. 타이틀곡 '눈물도 미안해서' 등 전체 13곡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발라드를 '곱게' 소화했다. 목소리만 들어서는 예전의 황보 이미지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기대 이상'의 보컬 실력을 드러냈지만 그래도 첫 솔로 앨범에서 기존 댄스 가수 이미지에서 너무 벗어난 것은 아닐까.
"일부러 발라드 곡을 많이 넣은 것은 아니에요. 나를 숨기고 허스키한 목소리의 신인 가수라고만 알린 채 작곡가로부터 곡을 받았죠. 그 후 좋은 곡을 골라 앨범에 담았는데 결과적으로 발라드가 많이 차지하게 됐습니다. 원래 발라드를 좋아하기도 했고요."
황보로서는 팬들이 갖고 있는 선입견도 넘어야 할 산이다. 하지만 그는 방송에서 보여준 털털한 모습만큼이나 유쾌하게 이를 받아들였다.
"아직 제가 방송에서 솔로 가수 이미지를 보여주지 않았어요. 이 때문에 팬들도 선입견을 가질 수 있있다는 걸 압니다. 팬들이 방송 등에서 저의 모습을 제대로 접하게 되면 이를 익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겁니다. 좋은 노래로 좋은 승부를 할 생각입니다."
솔로로 활동하는 만큼 그룹 때와는 녹음 과정에서부터 큰 차이가 있었다. 타이틀 곡은 무려 천 번 정도나 반복해서 불렀다.
녹음 후 버린 곡도 12곡이나 될 정도로 선곡에 각별한 신경을 썼다. 600여 시간이나 녹음실을 사용해 녹음 기간이 8개월이나 걸렸고, 순녹음비용만 8천만 원을 들였다. 그 결과 '아픈 말' '사랑이 변하니' 등의 발라드를 비롯해 '찬스(Chance)' '거울' '거품' 등의 댄스곡을 다양하게 담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작곡가가 불렀던 노래를 계속 시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노래를 부를 때마다 느낌이 달라지는 것을 느끼게 됐습니다. 그냥 '아'가 아니라 '아~아'더라고요. 샤크라 때는 음반 발표 시기를 맞춰 급하게 밤새 녹음하곤 했는데 이번에는 작업을 끝낸 후 음반을 내기 때문에 직장인처럼 여유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음반 제목은 '레이디 인 블랙'이다. 황보는 "피부도 검은 편이라 잘 어울리지 않냐"고 호탕하게 웃으며 "원래 검은색을 좋아한데다 화이트보다 블랙이 오히려 더러워지지 않는 색깔 같아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한편 황보의 솔로 데뷔에 대해 샤크라 출신으로 연기자로 주가를 높이고 있는 정려원은 따뜻한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황보는 "려원이가 '내 몫까지 해달라'고 부탁했다"면서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려원 등 샤크라 멤버와 만나며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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