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도시 하층민의 곤궁한 삶을 다룬 조세희의 베스트셀러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하 난쏘공)이 TV 드라마로 제작됐다.
KBS 1TV 'HD TV문학관'은 3월3일 오후 10시50분 '난쏘공'(극본 박진숙, 연출 김형일)을 방송한다. 지금까지 영화와 연극으로 제작된 적은 있지만 브라운관을 통해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난쏘공'은 난장이로 대변되는 가난한 소외계층과 공장 노동자들의 삶의 모습, 그리고 70년대 노동환경을 고발한 작품.
이번 드라마에서는 연극배우 강성해가 살아보려 애쓰나 무시당하기 일쑤인 난장이 역을, 고두심이 난장이를 받들고 아이들을 돌보는 강인한 성품의 어머니 역을 맡았다.
조세희 작가는 이 작품에 대해 "집이 헐리면 당장 거리에 나앉아야 하는 세입자 가족과 그 집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철거반이 철퇴로 대문과 담을 쳐부수며 들어왔다"면서 "철거반과 싸우고 돌아오다 작은 노트 한 권을 주머니에 사 넣었다. '난장이 연작'은 그 노트에 쓰이기 시작했다"고 '난쏘공'을 쓰게 된 배경을 밝힌 바 있다.
난장이 가족이 철거를 앞두고 마지막 식사를 하는 장면은 드라마 '난쏘공'에서도 진한 슬픔을 전한다. 철거반원으로 일하는 둘째아들이 마스크를 쓰고 자신의 집을 부수고, 가족은 먼지 투성이가 된 고기를 구워먹으며 애써 웃음을 짓는다.
1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조 작가는 "내가 당시 마지막 식사를 위해 고기를 사가지고 갔고, 극중 고두심 씨가 연기한 난장이의 부인이 국을 끓이고 밥을 해주셨다"라고 회상하며 "철거반은 밑바닥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고기를 먹는데 철거반원들이 그 시간을 못 참아주고 쳐들어왔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난쏘공'은 아무리 민주주의가 됐다고 해도 여전히 꺼림칙한 작품"이라며 "이를 드라마화해준 KBS 제작진과 배우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고두심은 "원작은 오래 전에 읽은 적이 있다"면서 "아버지(난장이)가 주인공이고 내 역할은 튀지 않고 잘 스며들어야 되겠다는 느낌으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등신불' 편에도 출연했던 그는 "요즘 드라마들은 문학작품 같은 기분이 안 드는데 'TV문학관'처럼 정통성을 잃지 않고 있는 작품은 배우로서 참여하고 싶은 예술작품"이라며 "작품 자체도 심혈을 기울여 오래 준비해 심오함이 있고 보시는 분들도 미리 준비를 하고 보신다"고 말했다.
한국의 전통적인 어머니 역할을 많이 맡아 '한국의 어머니상' 이미지를 가진 그는 "아직 배우로서의 열정이 사그라지지 않은 만큼 그 동안 보여주지 못한 새로운 모습도 연기하고 싶다"면서 "최근에 사극을 안 했는데 잘 맞는 사극에도 출연하고 싶고 황혼에 사랑을 꽃피우는 멜로 연기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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