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수염’ 김강우 “수컷 냄새가 났으면 좋겠다”

지난 11일 부산 옛날 구포교 위에서 공개된 영화 ‘가면’ 현장공개에서 만난 김강우는 달라보였다. 어디에 있나 찾아봐도 한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깔끔한 신사 스타일의 기존 모습과 너무 달라 코앞에 두고도 알아보지 못했던 것.

“수컷 냄새 났으면 좋겠다”

눈에 띄게 검어진 얼굴에 콧수염을 기르고 금세라도 낙동강으로 떨어질 것 같은 끊어진 다리 위를 세차게 오토바이로 달리는 모습은 거칠고 사내다웠다.

“바로 전에 휴먼드라마와 코믹영화를 하고 바로 스릴러를 택했다. 좀 남자 냄새가 나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는 욕심에서 였다. 이번 영화에서 맡은 형사 조경윤에게서 수컷 냄새가 났으면 좋겠다. 겉멋에서 나오는 수컷 냄새가 아니라 동작 하나하나에 수컷 냄새가 묻어났으면 좋겠다.”

일단 그의 변화 욕심은 성공한 듯 보인다. 카메라 돌아갈 때나 멈출 때나 힘있어 보이고, 전작들의 현장공개에서 만났던 그와 달리 현장 장악력도 커졌다.

터프해진 김강우, 말도 잘하네!

달라진 점 하나 더. 사실 과거 김강우는 속에 들어있는 것을 말로 잘 끄집어내지 못했다. 말수가 적고 표현력이 약했다. 그런데 현장공개 뒤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또박또박 대답을 잘하는가 싶더니, 감독에게 던져진 질문에 보충 답변까지 하며 많은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형사 역할을 맡고 서울 중부서에 가서 형사분들께 직접 얘기를 들었다. 어떻게 범인 잡느냐가 아니라 어떤 생각과 고민을 하며 사는가에 대해 함께 밥 먹고 술 마시며 얘기를 나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내면적인 얘기를 나눴다. 그리고 요즘 형사들 멋있더라. 단순히 머리길이로 조폭과 구분되는 분들이 아니더라. 옷도 그렇고 경찰서 내부도 그렇고 기존의 형사 영화와 차별을 두려고 노력했다. 형사 분들을 만나뵌 게 조경윤 캐릭터 연구에 많은 도움이 됐다.”

“장면 장면마다 내가 긴장을 놓으면 보는 관객도 긴장감이 떨어질 것이라는 강박관념에 스스로 긴장을 늦추지 않으며 촬영에 임했다. 모니터로 봐도 내가 긴장을 놓으면 그게 화면에 느껴지더라. 배우로서 좋은 경험이었다.”

“양윤호 감독님은 우직하고 남성적인 영화를 많이 하셨다. 다른 쪽 센스는 없으신가 했는데, 이번에 스타일리시한 재능을 많이 보여주셨다. 영화를 직접 보시면 무슨 의미인지 알게 될 것이다.”

“내 욕심엔 대역 쓰고 싶지 않았다”

현장에서 오토바이 장면 대역이 따로 있지만 거의 놀고 있는 형편이라는 얘기를 제작사인 DRM엔터테인먼트의 한 실장에게 들었다. 김강우가 너무 오토바이를 잘 타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정말 위험한 장면은 개인적 욕심이나 고집과 상관없이 대역을 쓰는 게 영화적으로는 플러스다. 나뿐 아니라 내 또래 남자배우들은 대개 대역을 쓰지 않고 직접 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그 고집이 아집이 될 수 있고, 영화적으로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참는다. 현재 내 대역과는 오토바이를 정식으로 배우기 시작할 때부터 함께 했기에 호흡이 척척 맞는다. 생김새도 거의 비슷하다, 아니 더 멋있다(웃음). 함께 출연 중인 박원상 선배는 대역 분을 나로 착각할 정도로 외모가 흡사하다. 곧 배우로 데뷔할 것이다.”

“야누스로 보이고 싶다”

예전에 비하면 묻는 얘기마다 대면도 길어진데다, 영화에 임하는 진지한 자세가 묻어난다. 마지막으로 ‘가면’을 통해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지 물었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야누스적인 면이 있다. 겉으로 드러난 모습과 가면 뒤에 감춰진 모습, 선과 악, 그 외의 여러가지 양면적 모습이 동시에 보이는 연기를 하고 싶다.”

“저도 이제 서른입니다”

현장에서 만난 김강우 소속사 나무엑터스의 한 관계자에게 김강우가 여러모로 달라진 것 같다고 물었다. “조경윤 역에 캐스팅 된 후 인공썬탠으로 피부를 검게 그을렸다. 평소에도 긴장을 늦추지 않아 날카로워 보이기도 하고 카리스마가 느껴진다는 스태프 분들도 계시다. 얘기를 잘하게 된 것은 모두가 느끼는 부분인데 본인의 답은 다소 엉뚱하더라.”

김강우의 엉뚱한 답은 ‘나도 이제 서른이잖아’였다. 어느새 삽십대에 들어선 게 변화의 요인이었을까. 어쩐지 다른 배우에 기대지 않아도 혼자서 영화 한 편을 책임질 수 있을 것 같은 그의 모습이 보기에 좋았다.

옛날 구포교 영원히 스크린 속으로!

이 날 촬영이 진행된 구 구포교는 실제로 끊어진 다리다. 통행을 위해 새로이 구포교가 바로 옆에 세워졌으며, 촬영이 끝나면 끊어진 구포교는 철거된다. 현재 촬영이 진행 중인 끊어지지 않은 부분도 오래 돼 위태롭다. 많은 사람이 한 곳에 몰려 서있거나 심하게 뛰어다니면 기울거나 무너질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현장 스태프들의 주의 권고가 이어졌다.

DRM 관계자는 “시나리오 상에는 서울의 어느 끊어진 다리인데, 서울에 끊어진 다리가 없고 그래픽으로 처리하면 리얼리티가 떨어지기 때문에 적당한 장소를 찾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구포교를 만났을 때 여기다 싶었다. 언제 무너질지 몰라 위험하기도 하지만, 주변 경관이 너무 아름다워 조심조심히 촬영하고 있다.”

인간의 욕망에 주목하는 스릴러 ‘가면’

‘가면’은 게이 클럽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의문의 연쇄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강력반 형사들의 이야기를 그린 스릴러물이다. 조경윤과 함께 극을 이끌어가는 여형사 박은주 역에는 김민선이 호흡을 맞췄다. 스포츠 재벌이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용의자로 주목됐던 인물들이 연이어 타살된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피살자들이 군대 시절 한 동료를 공동으로 괴롭힌 가해자였음이 드러난다. 그러나 강력한 용의자로 떠오른 당시 피해자의 행방은 묘연하다.

영화는 쫓고 쫓기는 스릴러의 묘미보다는 인간의 욕망이 빚어내는 참극과 감춰진 비밀이 드러날 때 함께 수면 위로 떠오르는 인간의 숨겨진 욕망에 주목한다. ‘가면’은 현재 85% 촬영이 진행된 상태이며, 3월 초 촬영을 완료할 계획이다. 후속 작업을 거쳐 올여름 첫 공포를 여는 스릴러로 관객을 찾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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