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연 "'문희' 되려고 머리도 잘랐죠"

강수연이 6년 만에 TV로 돌아온다. 귀밑까지 싹둑 자른 단발머리 차림이다.

SBS '여인천하'와 영화 '처녀들의 저녁식사'에서의 캐릭터가 겹쳐서 그럴까. 고고하게 한 발짝 앞서 있는 것 같은 강수연이지만 이번에는 '문희'라는 다소 오래된 이름으로 시청자 앞에 선다.

14일 오후 서울 프라자 호텔에서 열린 MBC 새 주말연속극 '문희'(극본 정성희ㆍ이한호, 연출 이재갑) 제작발표회에서 강수연은 빨간 블라우스 차림의 예의 세련된 모습으로 나타나 그가 연기할 '문희'가 어떤 인물로 표현될지 궁금하게 했다.

시놉시스에 보면 문희는 신천지 백화점 회장의 서녀로 태어나 출생의 비밀을 알고 난 뒤 친자를 제치고 백화점 후계자가 되려고 고군분투하는 인물. 어머니를 죽음으로 내몬 아버지에게 원한을 품어 이 악물고 살아가지만 열여덟 나이에 철 모르고 낳아 입양 보낸 아이 때문에 갈등의 기로에 놓인다.

출생의 비밀과 원한, 복수, 미혼모 설정… 한창 전문직 드라마가 흐름을 타는 시점이라 그런지 '문희'라는 제목부터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 것 같은 느낌일 수도 있다.

"낡은 소재라는 생각은 안해봤어요. 사건 하나하나를 보면 기존 드라마에 나왔던 것이기도 하지만 전체적인 구성은 다르게 읽혔거든요. 미혼모라는 설정도 많이 보셨겠지만 어떻게 조합하고 표현하느냐에서 새롭게 느껴졌어요."

갖은 냉대와 모멸을 견디며 강하게 살아남는 문희를 표현하느라 머리를 잘랐다. 능력으로 인정받으려 만신창이가 되도록 애를 쓰는 문희에게 곱고 긴 머리가 어울릴 것 같지 않아서다.

"문희는 일부러 멋내는 여자가 아니에요. 단화 신고 바쁘게 뛰어다니는 여자죠. 그래서 머리를 잘랐어요. 일하는 여성 분들은 손이 많이 가는 머리보다 그냥 묶거나 짧은 머리를 하시잖아요. 다만 상대 역인 조연우 씨가 키가 너무 커서 하이힐로 바꾸기도 했어요(웃음)."

드라마 '문희'는 시간이 갈수록 모성의 의미에 초점을 맞춘다. 입양 보낸 아이를 기른 정과 낳은 정이 각자의 현실과 얽혀 갈등을 만든다. 아이를 낳거나 길러보지 않은 강수연에게는 쉽지 않은 숙제이기도 하다.

"아이를 키워보지 않아서 어려움이 많죠. 감히 모성을 이해한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엄마 역이나 아이를 낳는 연기를 많이 해봤지만 모성이 중심인 작품은 처음이네요. 그렇지만 문희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해요. 시놉시스를 볼 때도 마음이 많이 아팠고 시청자들도 공감하실 것 같아요. 일단은 제가 연기를 잘해야겠죠."

어려서부터 연기를 해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지도 벌써 30년이다. 시간이 흘러 이제 강수연이 낳은 정 때문에 고민하는 어머니를 연기한다니 인터뷰 막바지에 결혼 생각 없느냐는 질문이 빠지지 않는다.

"남들은 제가 안하는 줄 알아요. 결혼이야 항상 하고 싶죠. 못하는 거예요(웃음). 결혼은 인연이고 우연이겠죠. 모성이건 남녀간이건 형제간이건 사람이 살아가는 근원적인 에너지는 사랑인 것 같아요."

'문희'는 '누나' 후속으로 24일 첫 방송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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