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숲 테라비시아’ 어린이 판타지라고?…알고보면 작품성 있는 성장 드라마

오는 15일 개봉할 영화 ‘비밀의 숲 테라비시아’의 포스터를 보면 ‘박물관이 살아있다!’와 같은 어린이용 판타지물이 또 나왔다고 여기기 쉽다. ‘반지의 제왕’,‘나니아 연대기’의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사용된 점이 대대적으로 홍보되고 있기 때문. 물론 틀린 정보는 아니다. 그러나 알고보면 특수효과의 비중이 그리 높지 않다는 점에서 오해를 줄 소지가 있다. 판타지물로 보기 드물게 작품성을 갖춘 성장 드라마인데 지나치게 특수효과만을 강조하는 듯 보인다.

영화는 미국과 유럽에서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동화로 우리나라에서도 초등학교 5학년 추천도서로 선정돼 있는 ‘테라비시아로 가는 다리’를 바탕으로 한다. 책의 얼개를 비교적 성실히 살린 영화는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아온 열두 살 소년 제시(조쉬 허처슨)가 새 친구 레슬리(안나 소피아 롭)를 만나 동심을 되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가난한데다 여자 형제들 사이에 낀 제시는 부모의 관심을 받지도 못할 뿐더러 가사 일을 도와야 한다는 부담에까지 눌려 있다. 학교에서도 가난하다고 놀려대는 친구들 탓에 고개를 숙인 채 생활한다. 그러던 어느 날 외모부터 말투,성격까지 독특한 친구 레슬리가 옆집으로 이사를 온다. 제시와 똑같이 학교에서 핍박을 당하면서도 당당하고 밝은 레슬리는 제시에게 친구가 되기를 청한다.

함께 숲에 놀러간 날,레슬리는 그 일대를 ‘테라비시아’라는 나라로 상상하면서 어둠의 마왕이며 거인,괴물,요정 등을 마치 눈으로 보는 것처럼 설명하기 시작하고 처음에는 어리둥절하던 제시도 곧 마음을 열고 같은 공상에 빠져든다.

이 대목에서 영화는 컴퓨터그래픽 기술을 활용,둘이 상상하는 내용을 관객의 눈 앞에 펼쳐 보여준다. 관객의 자유로운 상상력을 제한하는 측면도 있지만 책에서 보고 머릿속으로만 그려봤던 대상들을 스크린에서 만나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만 그래픽 분량은 ‘반지의 제왕’ 등에 비하면 실망스러울만큼 적다. 그러나 영화는 탄탄한 드라마와 감동이라는 다른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어른들이 동심을 어떻게 보호해줘야 하는지에 대한 교훈을 주기 때문에 부모들에게도 유익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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