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에 비친 비정한 연예계 현실

가수 유니,탤런트 정다빈의 연이은 자살 소식으로 연예계의 비정한 현실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마침 최근 국내외 영화들 중에는 연예업계,특히 가요계의 냉혹한 생존 법칙들을 드러내는 것들이 많다. 관객들은 극중 갈등구도를 위한 드라마틱한 설정으로만 이해하지만 실제 연예인들이 마주하는 생존 법칙은 그보다 더 가혹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최근 영화들이 다시금 느끼게 해주는 연예계 불변의 논리 중 하나는 ‘실력보다는 외모’라는 것. 큰 호응을 얻은 영화 ‘미녀는 괴로워’는 내용 전반을 통해 이 점을 보여준다. 가창력은 있지만 몸매가 뚱뚱해 립싱크 대역으로 일하던 한나(김아중)가 전신 성형으로 미녀가 되고서야 비로소 가수로 데뷔하는 것. 오는 22일 개봉할 ‘드림걸즈’도 마찬가지다. 어려서부터 함께 노래해온 여성 트리오 ‘드림걸즈’가 본격적으로 방송에 데뷔할 시점이 되자 기획자는 뚱뚱한 에피(제니퍼 허드슨) 대신 날씬하고 예쁜 디나(비욘세 놀즈)를 리드보컬로 내세운다. 우리 가요계에서도 가창력보다는 외모가 뛰어난 가수가 그룹의 중심에 서는 일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빈번하다.

‘드림걸즈’ 속 기획자는 디나를 리더로 세운 이유에 대해 “목소리와 외모에 아무 개성이 없어 주무르는대로 상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변한다. 또 15일 개봉할 ‘복면달호’는 록가수를 꿈꾸던 달호(차태현)이 음반 기획사 사장에 의해 트로트 가수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담는다. 뒤늦게 기획사에 잘못 들어간 것을 깨달은 달호가 계약을 파기하려 하나 받은 돈의 몇 배를 위약금으로 물어줘야 하는 계약 내용 때문에 덜미를 잡히고 만다. 이처럼 가수들이 기획자의 손에 의해 만들어지는 ‘상품’으로만 여겨지는 일 역시 현실과 다르지 않다. 고인이 된 유니만 해도 본래 연기에 뜻을 두고 있었지만 여러 차례 소속사를 옮기면서 섹시 컨셉트의 가수로 만들어졌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소개돼 화제를 모았던 홍콩 영화 ‘사대천왕’은 좀 더 적나라하다. 인기 배우 다니엘 우가 홍콩 가요계의 일그러진 시스템을 고발하려 직접 감독한 작품인 것. 페이크(가짜) 다큐멘터리 형식인 이 영화를 보면 하루아침에 급조된 ‘얼라이브’라는 아이돌 밴드가 컴퓨터 음정 보정작업으로 없는 노래식력을 만들고,음원을 일부러 유출해 세간의 관심을 모은 다음,화제성 인터뷰나 화보 촬영 위주의 활동으로 손쉽게 인기 가수의 반열에 오르는 과정을 보여준다. 우리 가요계에도 빈번한 음원유출 사건과 이에 대한 자작극 시비,노래와 상관없는 마케팅 수법 등이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최근 영화 속에 비쳐진 가요계 모습은 충분히 현실적인 수준”이라면서 “가요계뿐 아니고 돈이 오가는 업계라면 어디나 비정한 생존 논리가 존재하지만 가요계는 특히 그 중심에 있는 가수들이 대부분 어린 나이니만큼 그같은 현실 속에서 상당한 부담과 스트레스를 얻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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