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세상서 부르는 ‘태양의 노래’…‘작은 영화 큰 감동’

흔히 일본영화를 두고 ‘작은 영화 큰 감동’이라는 표현을 쓴다. 이런 경구가 잘 어울리는 일본영화 한 편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대규모 액션도 화려한 영화적 치장도 없지만 ‘삶의 진정성’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환하게 밝히는 ‘태양의 노래’가 그것이다.

‘태양의 노래’는 자외선을 받으면 죽는 XP(Xeroderma Pigmentosum·색소건피증)에 걸린 열여섯살 소녀가 주인공이다. 치료가 불가능한 병이 소녀의 첫사랑이나 짧은 인생을 절절하게 하기 위한 설정이었다면 감동은 턱없이 작아질 것이다. 남들이 활동하는 낮에 오지 않는 잠을 청해야 하고, 해가 져서야 집 밖으로 나설 수 있는 카오루 덕에 ‘밤의 세상’도 구경하고 밤낮이 뒤바뀐 사람들의 ‘쉽지 않은’ 인생도 간접으로 경험한다.

태양 저편에서 살아야 하기에 어딘가 그늘이 있는 카오루가 밝게 느껴지는 것은 가족과 친구, 그리고 노래가 있기 때문이다. 카오루는 밤이 되면 아무도 오가지 않는 역 앞에 앉아 혼자 노래를 부른다.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 직접 만든 노래다. 카오루 역을 맡은 유이(YUI)의 맑은 목소리가 밤공기를 가르며 묘한 설렘과 감동을 준다.

유이는 실제로도 싱어 송 라이터다. 영화 속 사람들과 영화 밖 관객들의 마음을 울리는 주제가 ‘Good-bye days’도 유이가 촬영이 진행되면서 자연스레 카오루와 한마음이 되어 직접 가사를 쓰고 곡을 붙였다. 태양이 떠있는 낮을 자기 시간으로 할 수 없는 카오루의 안타까움, 자기만의 밤과 노래를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소망이 애절하게 전해온다. 영화 보도자료에 소개된 유이의 다이어리 내용을 보면 노래를 만들고 부른 속내를 짐작할 수 있다.

“난 영화 속에서 ‘카오루’로 살자고 생각했다. 역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영화 그 자체이니까. 그리고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무엇보다 ‘카오루’ 본래의 빛이랄까, 영혼의 빛을 보아주었으면 한다. ‘Good-bye days’ 녹음할 때, 이 곡으로 이 영화 속의 중요한 부분을 가득 담아내고 싶은 바람이 커서 몇 번이고 다시 불렀다.”

연기가 처음인 유이는 어딘가 어두운 그늘도 있고, 어른스러운 듯하면서도 예측할 수 없는 장난기를 지닌 카오루를 훌륭하게 소화해 지난해 일본 아카데미 신인여우상을 수상했다. ‘Good-bye days’가 담긴 앨범도 35만장 판매를 기록했으며 지난해 6월 개봉한 영화도 10억엔의 흥행수입을 올렸다.

영화는 바다를 낀 작은 마을 가마쿠라를 배경으로 한다. 영화를 위해 만들어진 세트도 아닌데, 영화의 분위기나 카오루의 정서와 잘 어우러져 풍광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가마쿠라에서의 촬영은 연출을 맡은 코이즈미 노리히로 감독의 희망이었다.

“대학생 시절, 친구들과 극단을 도울 때 자주 가마쿠라에 갔었는데 좋은 곳이라고 생각했어요. 바다가 있고, 산 쪽으로 가면 작은 도로도 있어서 거리로서 매력이 있구요. 요코하마라는 도시와도 가깝고 낮에는 사람들이 많지만 밤에는 갑자기 적어지는 것도 밤에 살고 있는 카오루의 고독한 심정과도 일치된다고 느꼈어요.”

‘태양의 노래’. 밤에 불려지는 노래지만, 쏟아지는 태양 아래서 부른 어떤 노래보다 뜨거운 열정을 담고 있고 듣는 이의 마음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기 때문일까. 역설적인 듯하면서도 공감가는 제목이다. 강렬한 마스크와 어리숙해 보일 정도로 따뜻한 미소를 동시에 지닌 코지(츠카모토 타카시 분)가 보여주는 사랑법, ‘착신아리’ ‘도쿄 타워’ 등으로 낯이 익은 개성파 배우 키시타니 고로 등의 호연도 눈여겨 볼 만하다.

태양이 지면 우리를 만나러 오는 카오루의 노래가 큰 울림을 주는 ‘태양의 노래’는 오는 22일 국내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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