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드라마의 진화…1964년 최초 등장 뒤 요리나 의상 등 갈수록 풍성

역사 드라마의 기세가 좀처럼 수그러들 줄 모른다. ‘주몽’ ‘연개소문’ ‘대조영’의 트로이카 체제가 안방 을 휩쓸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도 ‘태왕사신기’ ‘대왕세종’ 등 굵직굵직한 역사 드라마가 선보일 예정이다. 역사 드라마는 언제부터 인기를 끌게 된 걸까.

주창윤 서울여대 교수가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에 기고한 ‘역사 드라마의 역사-기억하기 혹은 망각하기’라는 논문은 역사 드라마의 변천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눈길을 끈다.

논문에 따르면 역사 드라마의 효시는 낙랑공주와 호동왕자를 극화한 ‘국토만리’로 1964년 KBS를 통해 방영됐다. 1970년대에는 ‘세종대왕’ ‘강감찬’ ‘황희정승’ 등 정치적 목적에 맞는 인물들이 드라마 소재로 활용됐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특정 인물보다는 역사적 사건이나 사실 중심의 드라마가 방송됐다. KBS의 ‘개국’,MBC의 ‘조선왕조 500년 시리즈’가 대표적. 이 드라마들은 야사보다는 정사에 입각해 제작됐으며 사료에 충실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서면서 치밀한 고증보다는 작가의 상상력을 극대화시킨 드라마들이 큰 인기를 누리게 된다. 상상의 역사를 다룬 드라마로는 ‘허준’을 비롯 ‘대장금’ ‘상도’ ‘여인천하’ ‘해신’ ‘서동요’ ‘신돈’ 등이 꼽힌다.

역사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전투장면,무대장치,의상 등 볼거리도 다양해 졌다. 초기 역사드라마는 주로 한국민속촌이나 고궁을 중심으로 제작되면서 외화에 길들여진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 그러나 1985년 방영된 ‘조선왕조 500년’과 ‘임진왜란’의 경우 처음으로 미니어처 특수촬영 시스템을 도입,화제를 모았으며 대규모 전투신이 등장한 것도 이때부터다.

1990년대에는 드라마를 위해 대형 오픈세트가 마련되기 시작했다. ‘용의눈물’에서 처음 만들어진 오픈세트는 ‘태조왕건’ 이후부터는 제작 필수조건으로 부상했다. 총제작비 350억원이 투입된 ‘불멸의 이순신’은 지방자치단체의 관광유치 목적과 맞물리면서 세트 제작비만 100억원이 들어갔다. <표 참고>

스펙터클한 세트뿐만 아니라 요리나 의상 등을 통해서도 새로운 볼거리가 나타났다. ‘대장금’은 궁중요리나 왕실 여인네들의 생활사를,‘명성황후’는 조선 후기 궁중의상을 선보이면서 극적 재미와 볼거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드라마의 배경이 확대되고 있는 것도 눈에 띄는 변화. 1970∼80년대의 역사 드라마는 거의 대부분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했지만 90년대 들어서는 고려,고구려는 물론 삼한시대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주 교수는 “90년대 중반 이후 급부상한 역사 드라마는 역사적 개연성과 허구성을 넓히면서 대중성을 확보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전투신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멜로적 요소를 가미한 것도 시청자를 끌어당긴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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