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를 비롯한 외국 영화계와의 합작 프로젝트가 새 트렌드다. 해외에서 합작 제의가 많이 들어온다는 것은 세계가 한국 영화의 수준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증거. 또 국내 영화계가 시장 크기에 한계를 느끼는 만큼 다국적 합작 프로젝트는 대규모 영화들이 취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전망이다.
11일 개봉되는 류더화,안성기 주연의 ‘묵공’은 아시아권 합작 영화가 어느 단계에 이르렀는가를 보여준다. ‘무극’ ‘칠검’ 등 합작 형태의 무협 영화는 그동안에도 있어왔지만 기대 만큼의 시너지를 내지는 못했다. 그러나 ‘묵공’은 한국과 일본,중국의 영화 역량을 한 데 모았다는 인상을 준다.
지금까지 합작을 내세운 영화 중에는 해외 로케이션만 외국 인력의 도움을 받거나 반대로 해외 프로젝트에 우리 배우가 출연하는 정도였던 게 사실이다. 반면 ‘묵공’은 한국 제작사가 기획 초기부터 참여한 점이 차별성을 가진다.
일본의 동명 인기 만화(모리히데키 작)를 원작으로 홍콩의 장지량 감독과 일본의 제작자 이세키 사토루,한국의 보람영화사 이주익 대표가 함께 기획을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배우 안성기,최시원이 캐스팅된 것.
제작사 이주익 대표는 “합작은 다양한 재능의 인력이 모이기 때문에 질이 높아지고,자본이 모이면서 스케일이 커질 수 있고,시장이 넓어지면서 위험이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다”면서 “문화적 정체성만 잃지 않는다면 합작은 우리 영화계가 적극 취해야 할 길”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그런가하면 CJ엔터테인먼트가 한국계 미국인 마이클 강 감독과 역시 한국계 미국 배우 존 조를 내세워 미국에서 촬영한 ‘웨스트 32번가’,한국의 나우필름과 미국 Vox3필름이 공동 제작한 ‘네버 포에버’가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네버 포에버’는 한국 감독(김진아)의 작품임에도 18일부터 미국 유타에서 열릴 선댄스 영화제의 경쟁부문에 진출한다는 점에서 합작 영화의 장점을 누리고 있는 셈. 또 ‘디파티드’ 등에 출연했던 할리우드 여배우 베라 파미가가 하정우와 어떻게 호흡을 맞췄을지도 궁금증을 자아낸다.
한국 배우나 감독 참여로 합작 형태를 띠는 경우도 많다. 최근 화제가 된 것은 할리우드를 노리고 제작될 아시아권 합작 영화 ‘적벽(가제)’에 정우성이 출연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 홍콩 출신으로 할리우드에서 입지를 굳힌 우위선 감독이 삼국지의 적벽대전을 소재로 만들 이 영화는 최소 400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할 예정. 저우룬파가 주유 역,량 차오웨이가 제갈량 역할로 캐스팅된 상태다. 정우성 관계자는 “조자룡 역할을 제의받아 검토 중인데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또 전지현은 일본과 중국,프랑스가 함께 만들 영화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 촬영에 들어가며 박중훈도 2002년 ‘찰리의 진실’에 이은 두 번째 할리우드 진출작 ‘비빔밥’ 촬영에 올해 중 돌입할 전망이다.
감독 중에는 ‘태극기 휘날리며’의 강제규 감독이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준비 중이고 임상수 감독은 프랑스 제작사와 함께 파리에서 ‘파리의 어떤 여자’(가제)를,곽재용 감독은 일본 제작사의 제의로 SF영화 ‘사이보그 그녀’를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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