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차 아나운서,일상 엿보기…생방송 중에도 원고수정은 계속된다

방송사 아나운서는 항상 화제를 몰고 다닌다. 프리랜서 선언이니 연예인화 논란이니 탈도 많다. 부풀려진 이미지는 과잉소비되고 가벼운 인상비평만 난무한다. 그들의 속살은 어떤 모습일까. MBC 최현정 아나운서의 하루를 쫓아가봤다.

최 아나운서는 오전 10시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 겸 점심을 간단히 먹고 출근 준비를 하다보면 어느새 오후 2시. 출근 준비 중에도 틈틈이 라디오를 틀어놓고 정시뉴스를 듣는 것을 잊지 않는다. 그날의 주요 아이템을 체크하고 뉴스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은 기본 중 기본.

서울 반포동 집에서 여의도로 출근하면서도 그의 머리 속엔 온통 저녁 방송 아이템과 앵커 멘트 생각뿐이다. 오후 2시30분 본사 6층 사무실에 도착하면 본격적인 일과의 시작이다. 10개 종합일간지 1면 기사와 주요 포털사이트 메인뉴스를 간략히 훑어보고 미처 못챙긴 소식들이 없는지 확인한다.

3시30분,1층 분장실로 내려간다. 기본적인 메이크업과 머리 손질에만 1시간이 걸린다. 분장실에서도 프린트해간 기사를 곁눈질하느라 정신이 없다. 4시30분 사무실로 올라오면 책상위에 ‘생방송 화제집중’기획안이 놓여있다. 당일 방송될 5개 꼭지의 제목과 주요 내용들이다. 관심 가는 부분이나 이해하기 힘든 아이템은 미리 인터넷을 통해 조사해야 한다. 자신도 모르는 것에 대해 떠벌리는 것은 귀한 손님에게 설익은 음식을 내놓는 것과 마찬가지.

5시 대본이 나오면 김정근 아나운서와 상의해 멘트를 수정한다. 5시15분 5층 스튜디오로 향한다. 생방송을 알리는 ‘ON AIR’창에 불이 켜지자 호흡이 빨라지고 가슴은 쿵쾅거리기 시작한다. 방송은 ‘일상’이지만 생방송은 ‘전쟁’이다. 선배들이 수십년 동안 쌓아올린 이미지에 누가 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욕먹지 않게 해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어깨를 짓누른다.

코너가 나가는 중에도 대본에 상관없이 원고 수정은 계속된다. “이런 얘기는 다른 방식으로 해보면 어떨까?” “이 아이템에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지?” 엉킨 실타래처럼 머리속이 복잡하다. 6시30분 자막이 올라가면 한숨 돌릴 틈 없이 바로 7층 라디오 부스로 직행한다.

다음 차례는 7시 방송되는 저녁 종합뉴스. 시사교양 프로그램인 ‘…화제집중’과 달리 뉴스 진행은 철저히 감정을 배제해야 한다. ‘오버’는 금물,‘쿨 다운’은 기본이다. 파트너인 홍은철 아나운서와는 20년 차. 원고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7시20분 생방송이 끝나면 비로소 저녁시간. 주로 구내식당을 이용하거나 숙직하는 선배와 시켜먹는다. 8시10분이 되면 다시 분장실로 내려간다. TV뉴스 진행에 맞게 다시 머리를 손질해야 한다. 뉴스는 고화질로 방송되는데다 진행자가 화면 가득 잡히기 때문에 조그마한 실오라기 하나라도 쉽게 눈에 띈다. 거울 앞에서 점검은 필수.

9시 뉴스데스크를 본 후에는 메이크업을 최종 손질한다. 화려하기보다는 깔끔하고 단정한 느낌을 주는데 초점을 맞춘다. 10시30분에는 5층 보도국에서 ‘뉴스24’ 제작팀 회의가 열린다. 뉴스 진행자와 담당 PD들이 그날의 큐시트를 구성하고 뉴스배열,단신기사 아이템을 최종 확정한다.

회의에서 할당된 분량이 정해지면 앵커 멘트를 쓴다. 뉴스24는 뉴스데스크에서 나갔던 아이템들이 다시 방송되기 때문에 멘트가 ‘펄떡거리지’ 않으면 시청자들의 눈길을 못 끈다. 멘트 작성은 간결함이 제일 원칙. 호흡이 길면 귀에 안들어오고 집중력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밤 12시10분,미지근한 물 한잔을 들고 스튜디오에 들어가면 마지막 생방송이 시작된다. 정신없이 넘어가는 프롬프터를 따라가다보니 어느새 마지막 리포팅. 익숙한 엔딩 음악에 맞춰 고생한 직원들과 인사를 나눈다. 사무실로 돌아와 의자에 털썩 앉으니 ‘휴’하는 한숨이 절로 나온다.

못다한 일을 정리한 후 집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2시. 온종일 긴장해 있던 탓에 잠들기도 쉽지 않다. 책장을 넘기다 3시가 넘어서야 스스르 잠에 빠져 들었다. 입사 2년차,새내기 아나운서의 ‘짧지만 긴 하루’는 이렇게 끝을 맺었다. 김민호 기자 aletheia@kmib.co.kr

◇최현정 아나운서는?= 1979년생인 최현정 아나운서는 연세대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2002년 10월 원주MBC 아나운서로 방송계에 첫발을 디뎠다. 2004년 5월에는 MBC 기상캐스터로 자리를 옮겨 1년간 프리랜서로 활동하기도 했다. 2005년 말,MBC 본사 아나운서 공채시험에 합격해 현재 '생방송 화제집중' '7시 종합뉴스(라디오)' '뉴스24' 등을 진행하고 있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