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청룡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황정민의 수상소감을 기억하시는지. 이른바 ‘잘 차려진 밥상’ 소감은 이후 광고는 물론 여타 시상식에서 패러디될 만큼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 영향 때문일까. 이젠 시상식 못지 않게 어떤 수상 소감이 나올지가 더 궁금하다.
연말 방송가에는 특집 아닌 특집들이 줄지어 있다. 연예대상이나 방송대상이 그 것. 말많고 탈 많았던 가요대상 프로그램은 대부분 폐지되긴 했지만 한 해 동안의 방송을 결산하고 축제 분위기를 자아내는 데는 이만한 이벤트도 없지 않나 싶다.
지난 주말에는 ‘KBS 연예대상’이 열렸다. 코미디 예능프로그램을 대상으로 한 ‘연예 대상’은 총 22개 부문의 수상자들에게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선사했다. 비교적 공정했다는 평가를 받은 이번 시상식에서도 화제는 단연 수상자들의 소감 멘트였다. 특히 평소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던 코미디,예능 프로그램 출연자들의 겸손하고 진솔한 수상소감은 잔잔한 감동을 전했다.
대상 수상자인 김제동은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를 떠올리며 “처음 출발할 때를 잊어버리면 돌아갈 때 갈 곳이 없다는 걸 기억하겠다”며 특유의 겸손함으로 초심을 강조했다.
개그맨 정종철은 ‘옥동자’ 이후 감내해야 했던 마음고생을 털어놓으며 “끝까지 코미디를 사랑하며 최선을 다하는 코미디언이 되겠다”는 눈물의 약속을 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감사하는 이들의 이름을 일일이 적어온 또다른 개그맨은 “상을 받았다고 해서 거만하거나 변하지 않겠다. 새벽 5시까지만 거만하게 술을 마시며 기뻐하겠다”고 소감을 밝혀 훈훈한 웃음을 자아냈다. 짧지 않은 기간의 무명시절을 이겨낸 이들의 수상 소감은 어떤 미사여구보다도 큰 감동을 안겼다.
‘각본 없는’ 수상 소감은 100% 애드리브다. 간혹 틀에 박힌 진부한 멘트나 다분히 홍보성 짙은 멘트에 짜증스러울 때도 있지만 때때로 채 1분이 안되는 짧은 말들은 최고의 카피가 되기도 한다. 아마도 수상자의 따뜻한 인간미와 진심이 통한 것이리라. 2006년이 저무는 즈음,시상식 결과보다 수상 소감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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