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트 코미디의 화려한 부활…MBC ‘황금어장’ SBS ‘헤이…’

유행은 패션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알 수 없지만 방송 프로그램에도 유행이 있다. 그것이 고구려 역사 같은 소재든,시트콤과 같은 구성 형식이든 말이다. 이런 현상은 코미디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과거 코미디를 주도했던 형식이 이야기 중심의 콩트였다면 언제부턴가 공개방송 형식의 스탠딩 코미디,이야기보다는 몸으로 웃기고 보자는 식의 코미디가 주류를 이뤄왔다. 시청자들은 굳이 앞뒤 상황을 파악하지 않더라도 웃어 넘길 수 있는 정형화된 짧은 호흡에 익숙해졌다.

그런데 최근 들어 한동안 뜸했던 콩트 코미디가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 중 MBC ‘황금어장’과 SBS ‘헤이헤이헤이 시즌2’가 눈길을 끈다. ‘황금어장’은 시청자들의 사연을 받아 꾸민 콩트와 고정 패널을 중심으로 한 주제 토크를 접목시켰다. 예능 프로그램으로는 드물게 시즌제를 도입해 3년만에 돌아온 ‘헤이…’는 신동엽 김원희 콤비를 중심으로 고정 패널을 보강했다. 때로는 엉뚱하고 엽기적인 소재로,때로는 발칙한 상상력을 동원한 웃음이 반갑다.

물론 아쉬움은 남는다. ‘황금어장’의 경우 시청자 참여를 유도한 점이나 새로운 컨셉트의 상황극을 시도한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전문 코미디언이 아닌 전방위 엔터테이너가 갖는 한계와 진지함의 결여,그들만의 웃음은 시청자들에게 괴리감을 주기도 한다. 반면 ‘헤이…’의 경우 네가지 주제를 통해 연기자들의 변신과 진지함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자칫 말초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재의 남발은 저급한 웃음을 전하는 위험천만한 외줄타기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동안 스탠딩 코미디에 젖어 있었던 탓일까. 간만에 만난 콩트 코미디는 신선하기까지 하다. 이야기가 살아 있고 연기자들의 연기에 몰입할 수 있는 콩트 코미디는 정통 코미디에 대한 향수마저 불러 일으킨다. 12월 어느 늦은 밤,심신의 고단함과 스트레스에 지친 당신이라면 콩트 코미디의 매력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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