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시험 특수'조차 사라진 채 유난히 힘들었던 11월 비수기를 보낸 한국영화계가 12월 들어 대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 연말의 들뜬 분위기에 어울리는 로맨틱 코미디가 대세를 이루지만 취향에 따라 선택의 폭이 다양하다.
7일 개봉하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와 'Mr.로빈 꼬시기'가 격돌하는 가운데 시사회에서 호평을 이끌어낸 '미녀는 괴로워'가 14일 개봉 준비 중이다. 이들 세 작품의 주인공 가운데 한 명씩은 모두 영화 첫 주연을 맡은 '초짜' 배우들.
'미녀는 괴로워'의 김아중은 '광식이 동생 광태'에서 조연으로 출연한 바 있지만 주연은 처음이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의 정지훈(비), 'Mr.로빈 꼬시기'의 다니엘 헤니는 영화 데뷔작이다. 이어 김태희도 21일 자신의 영화 데뷔작인 '중천'의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는 아방가르드적 로맨틱 코미디 영화. 박찬욱 감독이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라는 표현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의 멜로 영화를 내놓았다.
여기서 정지훈은 무난한 신고식을 치렀다. 사랑하는 이를 지켜주고 싶어하는 순진한 청년 일순의 캐릭터가 생동감 있게 살아난다. 그는 눈에 보이는 집중력으로 일순의 순수한 영혼을 표현해냈으며, 앞으로의 가능성을 더욱 주목하게 한다.
'Mr.로빈 꼬시기'는 제목부터 다니엘 헤니를 위한 영화라는 걸 알 수 있을 만큼 여성들의 열광적 반응을 얻고 있는 다니엘 헤니의 매력을 담뿍 담아낸 작품.
다니엘 헤니 본인은 비록 "나와 전혀 닮지 않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막막했다"고 말했지만 그 말을 믿을 관객은 별로 없을 듯하다. 감각적인 패션 스타일과 부드러운 미소, 젠틀한 이미지는 영화에서 고스란히 재현된다.
이들 두 남자배우들은 임수정, 엄정화라는 연기파 여배우들의 든든한 지원을 받았다.
시사회 전부터 충무로 영화 관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졌던 '미녀는 괴로워'는 뚜껑이 열리자 '기대 이상'이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동명의 일본 만화가 워낙 인기를 얻기도 했지만 '오!브라더스'를 연출했던 김용화 감독은 이번에도 유치한 웃음이 아닌 드라마가 살아 있는 휴먼 코미디 영화를 만들었다는 평을 받게 됐다.
감독의 공이 크긴 하지만 역시 그 중심에는 김아중이 있다. '광식이 동생 광태'에서 드라마에 비친 것과는 사뭇 다른 톤의 연기를 보여주며 주목받았던 김아중은 '미녀는 괴로워'를 통해 단독 주연 배우로서의 역량까지 심사받았다.
그의 환상적인 몸매야 여러 매체를 통해 익히 알려졌지만 여기에 연기에 대한 열정, 노래와 춤을 완벽하게 소화해낸 엔터테이너로서의 '끼' 역시 새삼 드러났다.
판타지 무협 사극 '중천'을 통해 배우로서 각오를 다지고 있는 김태희가 어떤 반응을 이끌어낼지도 연예계의 관심사. 만만치 않은 액션을 소화해내야 했던 김태희가 뛰어난 미모 때문에 상대적으로 인색한 평을 받았던 연기력을 어느 정도나 펼쳐 보일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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