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블러드…'의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2006년 한 해는 리어나도 디캐프리오(32)에게 배우로서 최고의 해라 할 만하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디파티드'에 이어 오는 8일 개봉하는 에드 즈윅 감독의 '블러드 다이아몬드(Blood Diamond)'에서도 최고의 연기력을 보여주었다는 칭찬이 자자하기 때문이다.

내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두 영화로 모두 후보에 올라 자신과 경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또 '블러드 다이아몬드'로는 남우주연상, '디파티드'로는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를지도 모른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어쨌든 내년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르는 것은 떼논 당상이라는 평이다.

1999년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에서 일어난 내전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인 '블러드 다이아몬드'에서 디캐프리오가 맡은 역은 다이아몬드 밀매업자인 대니 아처. 영화는 시에라리온 반군들이 다이아몬드 광산에서 캐내는 다이아몬드들을 아처와 같은 밀매업자들을 통해 서구시장에 팔고, 그 돈이 다시 반군의 무기자금으로 쓰이는 내막을 실제 사건들을 배경으로 펼쳐내 한때 다이아몬드 업체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었다.

'피로 채취된 다이아몬드'로 불리는 이러한 다이아몬드의 불법거래를 폭로하면서 90년대 시에라리온에서 민간인을 상대로 자행된 비인간적인 폭력 등을 다룬 이 영화에서 디캐프리오는 아프리카 출신의 흑인배우 자이먼 훈수와 연기 호흡을 맞춘다.

디캐프리오는 상인에서 다이아몬드 밀매업자로 변신한 짐바브웨 출신의 백인청년 대니 아처로 등장하고, 훈수는 내전으로 가족과 생이별하고 아들이 반군의 어린이군인으로 끌려가는 불행을 겪는 어부 솔로몬 역을 맡았다. 솔로몬은 반군의 다이아몬드 광산에서 강제노역을 하던 중 커다란 핑크 다이아몬드를 발견한 뒤 숲 속에 숨기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아처가 접근해 헤어진 아들을 찾게 해준다는 조건으로 함께 핑크다이아몬드를 찾아나서게 된다.

디캐프리오는 아픈 과거와 아프리카에 대한 애증이 교차하는 시니컬한 대니 아처의 복잡한 감정을 잘 살려내는 연기와 또한 어렵다고 소문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영어 사투리를 완벽하게 구사했다는 평을 들었다.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베벌리힐스의 호텔에서 기자회견에 나선 디캐프리오는 아프리카 출신인 대니 아처 역을 소화하기 위해 촬영이 시작되기 훨씬 전에 아프리카에 갔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영어 사투리는 제게 낯선 것이었기 때문에 일찍 가고 싶었습니다. 남아프리카 상인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도 한번 없었기 때문에 주로 그들을 만나 함께 술을 마시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지요. 밀매에 동반되는 위험들, 아프리카에 대한 모순된 감정 등 그들이 겪는 실제 이야기들을 듣고 그것을 캐릭터에 반영시켰습니다. 사투리 코치를 따로 두기도 했지요."

아프리카에 대한 인상을 묻는 질문에는 "내전 등 많은 고초를 겪었고, 아직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삶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지닌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면서 "길에서 춤을 추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살아 있다는 사실 자체가 행복한 사람들이었다. 우리 미국인은 자신이 얼마나 운이 좋은지 모르고, 또 남의 고민을 잘 들어주지 않는다"고 꼬집기도 했다.

'블러드 다이아몬드'에 출연하기로 결심한 배경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영화배우로서 관객이 바라는 재미의 측면과 정치적 메시지를 동시에 담는 영화를 만나기는 매우 힘듭니다. 이번 영화는 실제 일어난 사건들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는데 거기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가 감동적입니다. 또 흥미로운 모험영화를 만들면서 그 안에 복잡하고 매우 정치성이 짙은 메시지를 담아내려는 에드 즈윅 감독에 매우 깊은 인상을 받았지요."

그는 블러드 다이아몬드의 존재와 관련, "대기업들은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면서 "다이아몬드 등 천연자원들을 캐낼 때 환경적인 측면을 고려하는 것은 물론 내전이라는 상황을 악용하는 일이 없도록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환경문제에 매우 큰 관심을 가지고 있고, 또 자신의 웹사이트 등을 통해 환경문제를 꾸준히 제기하고 있는 그는 자신이 미국의 대통령이라면 환경정책을 제대로 세우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미국은 환경문제에 관한 한 매우 후진국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세계 인구의 5%밖에 안되지만 지구 온난화 현상에 가장 큰 원인 제공을 하는 국민이지요. 그래서 만약 제가 대통령이라면 환경관련 테크놀로지에 많은 투자를 하고 싶습니다."

'타이타닉'과 같은 블록버스터 영화로 워낙 성공을 거두어 한동안 10대 아이돌 스타의 이미지를 탈피하지 못했던 그는 최근 진지한 연기파로 돌아왔다는 평을 듣고 있다.

"사실 저는 16살 때 '보이스 라이프'로 데뷔한 후 연기에 대한 생각은 변한 적이 없지요. 전 로버트 드니로와 같은 배우의 연기를 보면서 그러한 진지한 연기를 흠모했습니다. 연기에 대한 제 태도와 생각은 변한 적이 없는데, 아마 나이가 들면서 그러한 열정을 표현할 수 있는 방식들이 다양해져 그런 말을 듣는 것 같습니다. 초창기엔 주로 저예산, 예술영화들을 많이 했기 때문에 '타이타닉'은 정말 제게 이전 작품들과 다른 영화였지요. 하지만 제게 다른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후 제가 출연하는 영화들이 제작비 투자를 쉽게 받을 수 있게 된 것도 혜택 중의 하나지요."

실제로 '블러드 다이아몬드' 역시 디캐프리오가 일찌감치 주연으로 결정돼 제작이 순조롭게 진행된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솔로몬 역을 맡아 함께 연기한 자이먼 훈수를 치켜세우며 두 배역에 대해 설명했다.

"아프리카 태생인 그는 영화와 자신의 배역에 대한 열정과 진지함으로 촬영장을 가득 채웠습니다. 우리 두 사람은 아프리카에서 오랫동안 힘들게 촬영하면서 매우 친한 친구가 됐지요. 영화 속의 많은 장면들이 우리의 그런 고생스런 동행이 낳은 결과물입니다. 우리가 맡은 두 역할은 서로 상반되는 캐릭터입니다. 한 사람은 다이아몬드를 팔아 아프리카 대륙을 영원히 떠나기 위해, 다른 한 사람은 잃어버린 아들과 가족을 찾기 위해 함께 다이아몬드를 찾는 여정에 나서지요. 하지만 끝에는 두 사람 모두 도덕적인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됩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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