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 해 여름’(감독 조근식,제작 KM컬쳐)의 여주인공 수애(26)를 인터뷰하기 위해 지난 28일 서울 프라자 호텔에서 만났을 때,기자는 그의 눈부터 유심히 들여다봤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이 수애의 맑고도 촉촉한 눈이었기 때문. 가까이서 본 그의 눈은 화장기 없던 영화 속에서와는 조금 달랐지만 역시나 풍부한 표정들을 담고 있었다.
그는 “영화에서는 워낙 조명이나 촬영 기술이 좋아 그렇게 나온 것일 뿐이고 게다가 지금은 홍보 일정 때문에 눈이 무척 피로해 보일 것”이라며 양손으로 눈가를 가린 채 웃어보였다.
‘가족’ ‘나의 결혼 원정기’에 이어 세 번째 주연을 맡은 이번 영화에서 수애는 1969년 시골마을 수내리에서 마을 도서관 사서 정인 역을 맡았다. 농촌 봉사활동을 내려온 대학생 석영(이병헌)과 열흘간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하지만 시대의 아픔을 이기지 못하고 석영을 위해 혼자 떠나는 인물이다.
2002년 드라마로 연기를 시작한 수애는 ‘러브레터’ ‘4월의 키스’ ‘회전목마’ 등에서 청순 가련형 여성을 연기했고 영화로 건너간 뒤에는 ‘가족’에서 털털한 모습,‘나의 결혼 원정기’에서는 악착같은 생활인의 면모를 보여줬다. ‘그 해 여름’에서는 다시 순애보적 여성으로 돌아갔다. 그는 “세 영화에서 제 역할은 각기 다르기도 하고 비슷하기도 하다”면서 “무엇보다 은근히 강인하면서 따뜻한 속내를 가졌다는 점은 공통적”이라고 설명했다.
영화의 배경과 30여년의 시간차를 가진 현대 젊은이로 열흘간의 사랑에 평생을 바친다는 영화 속 설정이 낯설만도 한데,수애는 깊은 공감을 표했다. “저에게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었어요.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이처럼 매력적인 남자와 순애보적인 사랑을 한다면 평생 기억할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했고,그 점이 이 영화를 택하게 한 중요한 이유였죠. 다만 저라면 정인처럼 순응하기보다는 조금은 더 노력하는 사랑을 했을 것 같아요.”
이제 데뷔 5년차지만 어느새 주연급 여배우로 확실히 자리매김한 수애. 그러나 신인 시절 인터뷰마다 “설경구 선배와 연기하고 싶다”고 했던 일을 상기시키자 “아직 그 마음은 그대로”라고 답하고,이병헌과 촬영한 소감을 물으니 “막상 촬영할 때는 잘 몰랐는데 완성된 화면을 보고는 ‘내가 정말 어려서 그렇게 좋아했던 배우 이병헌과 연기를 했구나’ 싶어 감격했다”고 말하는 모습에서는 풋풋함이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그 해 여름’은 언제였는지 물었다. “여덟 살 때 어느 여름날 석양이 질 무렵 아버지,동생과 함께 뒷산에 올라갔는데 제가 넘어져서 아버지가 손수건으로 다리를 묶어주셨어요. 평범한 기억이지만 제겐 가장 기억에 남는 행복한 여름의 추억이고 가끔 그 때로 돌아가고 싶어요. 아,그리고 이런 얘기 홍보성으로 들리실지 몰라도,이제부터는 이번 영화를 찍었던 올해 여름이 특별하게 떠오르게 될 거예요. 정말 소중한 경험이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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