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공영방송 BBC의 마이클 그레이드(63) 이사장이 경영난에 처한 최대 민영방송 ITV의 회장직을 맡기 위해 28일 사임했다고 AFP와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ITV는 `카리스마' 넘치는 그레이드를 영입함으로써 경영난 탈출의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고 있으나 BBC에는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애널리스트들은 그레이드가 시청률 하락과 광고주 이탈,이로 인한 CEO 사임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온 ITV 그룹을 회생시킬 수 있는 몇 안되는 적임자 중 한 사람으로 꼽아왔다. ITV의 전 CEO 찰스 앨런은 고광고 수입 감소와 시청률 하락 등에 책임을 지고 지난 8월 사임했다.
그레이드는 "ITV는 위대한 영국 미디어 브랜드의 하나로, 그간 어려운 시기를 거쳐왔으나 반전의 기회는 매우 높다"며 "이번 제의를 받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창의적인 과정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어 무척 흥분된다"며 이런 과정에 "서둘러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BBC를 떠나기로 한 것은 힘든 결정이었으나 ITV 창설과 관련된 내 가족사나 내 자신의 배경 등을 감안할 때 뿌리칠 수 없는 기회였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그레이드는 지난 2004년 BBC의 이라크 전쟁 보도 행태를 책망하는 내용의 정부 위탁 보고서를 방영한 후 사임한 게이빈 데이비스 전 이사장의 후임으로 임명돼 오는 2008년 계약이 만료될 예정이었다.
그는 BBC 이사장 취임 후 직원 사기 고양에 주력하는 한편 정부와 수신료 인상 협상을 적극 벌여왔다.
BBC는 그레이드가 ITV로 옮기기로 한 데 대해 놀라움과 함께 실망감을 표시했다.
한편 ITV 인수를 검토해온 케이블 업체 NTL의 최대주주인 `괴짜 기업인' 리처드 브랜슨은 그레이드가 ITV 회장으로 영입된 것을 환영했다.
NTL은 이달 초 ITV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으나 호주 출신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이 이끄는 유료 TV회사 `B스카이B'가 ITV 지분 17.9%를 전격 매입,NTL의 인수 시도를 봉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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