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현숙 "'때'를 기다려왔죠"

90년대 초반 혼성그룹 잼과 여성듀오 코코의 멤버로 활약한 윤현숙. 그는 당시 두 팀을 거치며 육감적인 몸매와 섹시한 무대 매너로 남성팬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그가 무대 위 화려했던 기억을 멀리 던져버리고 본격적으로 연기자의 길을 걷고 있다. 지난 2000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던 그는 귀국 이후 SBS '홍콩 익스프레스' MBC '비밀남녀' '원더풀 라이프' 등에 출연했으며, 최근 개봉된 '구미호 가족' 등 스크린으로도 영역을 넓혔다.

그렇게 차근차근 준비 과정을 거친 그는 MBC 수목드라마 '90일, 사랑할 시간'를 통해 연기자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사실 처음 잼으로 활동할 때부터 가수를 오래하겠다는 생각은 안 했어요. 하지만 어떤 일이든 때에 맞는 역할이 있는 것 같아요. 마음을 비우고 때를 기다려왔는데 이제 어린 시절부터 하고 싶던 연기를 하게 돼 정말 좋아요."

그가 맡은 역할은 김하늘과 같은 방송국에서 일하는 코미디 작가 김왈숙. '인생이 코미디'인 인물로 지석(강지환)의 친구인 덕구(김형범)와 로맨스를 펼치기도 한다.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극에 활력을 주는 인물로 털털하고 푼수 같지만 진지한 면도 있는 캐릭터.

하지만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는 여주인공과는 거리가 멀다. 연기자 변신이, 그것도 주연이 아닌 조연으로 출연하는 것이 섭섭할 법도 하다. 그의 시원스런 대답이 이어진다.

"가수로서 스타도 돼보고 인기도 얻어봤지만 연기는 전혀 다른 분야니까 신인이라는 자세로 시작했어요. 그래서 배역의 크기나 인기에는 전혀 구애 받지 않습니다. 오랜 시간 준비를 했고 많은 경험도 했으니까 잘할 자신이 생겼고 하루에 한 장면이 나오더라도 연기를 계속 하고 싶어요."

그는 연예인 누드집 발간이 유행할 당시 섭외 1순위로 꼽히기도 했던 글래머 스타. 여전히 탄력적인 몸매를 자랑하지만 연기자로서는 섹시미를 내세우지 않는다.

"섹시 이미지를 일부러 빼려고 뺀 것은 아니고 밝고 명랑한 역들을 맡으면서 자연스럽게 그런 이미지로 가게 됐어요. 연기자로서 필요하다면 노출을 할 수도 있지만 요즘 섹시한 분들을 보면 제가 명함도 못 내밀죠. 하하하."

그렇다면 연기자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그가 맡고 싶은 역할은 무엇일까.

"'환상의 커플'의 강자처럼 여배우들이 잘 하지 않는 역할에 도전하고 싶어요. 제가 독식할 수 있잖아요. 하하하. 물론 멜로 연기도 한번은 꼭 해보고 싶죠. 사람들이 저를 항상 밝고 명랑하게 보시는데 우울하고 여자다운 면도 있거든요."

그는 5년 이상 연예계를 떠나 있었다. 미국 현지 촬영을 했던 SBS 드라마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 등을 통해 연예인이 아닌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하기도 했다. 한 발짝 물러서 있는 동안 그가 배운 것은 겸손함이었다.

"제가 카메라 앞과 뒤에 다 서봤잖아요. 카메라 뒤에서 연예인들을 지켜보면서 많은 것을 깨달았습니다. 연기도 물론이지만 겸손함과 배려심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어요. 또 겸손하면서도 자신감은 있어야 된다는 것도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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