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경기도립극단 명작시리즈Ⅰ 고골리의 ‘결혼’

결혼, 하느냐…마느냐…

모든 이들이 선망하는 결혼. 그 결혼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경기도립극단(예술감독 전무송)은 지난 21일 오후 7시 도문화의전당 소공연장에서 전무송 예술감독의 세계명작시리즈 1탄으로 도립극단의 첫 레퍼토리인 러시아 작가 고골리의 작품 ‘결혼’을 무대에 올렸다.

공연은 지난 16일 가졌던 리허설에서 기자와 각계 인사들이 제기했던 문제점들을 상당 부분 보완해 공연시간이 30여분 정도 줄었고 느슨했던 극 전개도 빠른 템포로 진행됐으며 배우들의 위트있는 몸짓과 얼굴표정, 대사를 음미하면 곳곳에서 웃음을 터지는 등 작품의 묘미들도 곳곳에 배려됐다.

배우들은 원작인 러시아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펄펄 눈이 내리는 무대에서 롤러스케이트를 타며 연기했다.

주의깊게 볼 대목은 배우들의 대사와 표정. 중매쟁이 표클라가 자신을 질책하는 것을 보고는 까취까료프에게 “꼴깝을 떨어요”라고 말한다든지, 아가피아가 구혼자들을 쫓아내기 위해 까취까료프가 시킨대로 다른 구혼자들에게 애교섞인 말로 “아직 나이가 어려 시집갈 생각을 안해 봤어요”라든가 “모두 꺼져버려! 이 바보들아”라고 소리치는 장면 등 심각한 분위기에 우리나라 말이 가진 뉘앙스를 제대로 살린 대사들은 객석을 일순간 웃음으로 반전시켰다.

주연배우 이반 꾸즈니치 역의 이찬우, 여주인공 아가피아역의 조은하, 이 극의 히어로 까취까료프 역의 안혁모 등의 연기도 관객들이 작품의 의미를 음미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이찬우는 게으르면서도 우유부단한 성격의 주인공역을 잘 소화했고 여주인공 조은하는 대사에 힘이 있고 때로는 수줍은 모습을 여유있게 연기했으며 안혁모는 수다스러운면서도 친구를 결혼시키려는 열정을 과장되지 않은 몸짓과 표정으로 보여줬다. 조연배우들도 감칠맛 나는 대사와 연기로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관객들이 폭소를 터트린 하일라이트는 이반 꾸즈니치와 아가피야가 서로 키스하는 장면. 이반 꾸즈니치가 아가피야의 손에 키스하자 까취까료프가 아가피아의 흰 팔뚝을 쑥~ 걷어올리며 팔에 입을 맞추고 급기야 아가피야와 꾸즈니치가 서로 얼굴과 입술에 ‘쪽쪽’ 대며 키스할 때는 객석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다.

연극의 대미는 결혼 의미를 관객들 스스로 음미하도록 던져주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주인공 꾸즈니치가 결혼할 것을 결정하고도 “결혼하면 나를 구속하겠지”란 독백과 함께 창문을 넘어 달아나고 아가피야가 흰 드레스를 입고 창가에서 허탈해 하고 중매쟁이 표클라가 하늘을 향해 주먹질을 하는 설정을 통해 결혼의 의미를 관객들 몫으로 남겼다.

소공연장 로비에는 카펫 위에 테이블이 설치되고 ‘ㄷ’자 모양의 안락의자와 티테이블 3개를 갖춘 자그마한 미니 카페가 설치돼 관객들에게 러시아에서 직접 공수한 홍차와 녹차, 커피를 무료로 제공해줬다.연극이 끝난 후 전무송 감독의 팬사인회를 준비하는 등 연극팬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마케팅 전략도 좋은 발상이었다.

다만 여주인공 아가피야가 독백을 하는 장면에서 극이 끝난 듯 갑자기 객석에 환하게 조명이 들어오는 실수와 관객들의 낮은 관람 예절 등은 아쉬웠다. 곳곳에서 핸드폰을 열어 반딧불이 날아다니는 듯 했고 갑자기 핸드폰 벨소리가 울리고 어린이의 칭얼대는 소리, 객석의 벽을 긁는 소리 등은 공연의 감동을 반감시켰다.

/이종현기자 major01@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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