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야는 지난해 가을 YB(윤도현밴드)와 미국 3개 도시를 도는 '웨스트 코스트 투어(West Coast Tour)'를 통해 '된장의 진정한 힘'을 느꼈다.
지난해 10월28일 샌프란시스코 플린트 센터, 10월29일 L.A 파사데나 시빅 오디토리엄, 10월30일 시애틀 파라마운트 시어터 등 대규모 공연장에서 '진달래꽃' '쾌지나 칭칭 나네' '못다 핀 꽃 한송이' 등 한국적인 정서의 노래로 재미동포 2ㆍ3세, 노란머리 청중의 가슴을 울렸다.
당시 공연에는 밴드 건스 앤 로지즈(Guns N' Roses)의 기타리스트 길비 클라크(Gilby Clarke), 밴드 슬래시즈 스네이크피트(Slash's Snakepit)의 드러머 맷 러그(Matt Laug), 밴드 콰이어트 라이엇(Quiet Riot)ㆍ그레이트 화이트(Great White)의 베이시스트 숀 맥냅(Sean Mcnabb) 등 미국의 내로라 하는 뮤지션들이 세션으로 대거 참여했다.
이 가운데 맷 러그는 "마야는 핑크(Pink)의 에너지와 보컬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며 "리허설 때와 180도 달라지는 모습에 놀랐다. 특히 무대에서의 열정으로 마야도 모르게 '쿵후' 같은 손동작을 하던데 인상적이더라. 언젠가 함께 음반 작업을 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이에 최근 발표한 마야의 3집 '로드 투 마이셀프(Road To Myself)'에는 맷 러그를 비롯해 베이시스트 랜스 모리슨(Lance Morrison), 그래미 수상자인 믹싱 엔지니어 톰 위어(Tom Weir)가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투어 밴드들은 '뱃노래' '못다 핀 꽃 한송이' 등 한국적인 정서의 음악을 듣고 '멜로디가 독특하고 신선하다'며 흥미로워했어요. 제게도 '마야는 한국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어 언어 문제만 해결되면 미국에서 성공하겠다'고 칭찬해주셨죠."
3집 프로듀서인 작곡가 표건수 씨도 이때 '그래, 이번 콘셉트 찾았다'라고 외쳤다. 음반 제목이 '로드 투 마이셀프'인 것도 마야가 음악적으로 나아갈 길을 발견했다는 의미. 한국적인 멜로디, 뛰어난 연주와 편곡 등으로, 해외에서 승부할 마야만의 것을 만들자는 데서 출발했다.
밴드 브런치 출신 이원석이 쓴 타이틀곡 '나를 외치다'를 비롯해 수록곡 '태양을 심어놓아요' '쾌지나 칭칭 나네' '불씨' '메마른 대지 위의 저 들꽃처럼' '녹(綠)' 등은 가슴 뭉클한 한국적인 멜로디가 인상적이다. 파워풀하면서도 한이 서린 듯 슬픈 마야의 음색과 잘 어우러진다. 전곡의 드럼을 친 맷 러그를 통해 리듬감은 배로 살았다. 마야는 네 명의 세션과 밴드를 결성해 활동한다.
그러나 새 음반을 내기 전까지 마야의 마음 고생은 꽤 심했던 듯 보인다.
"사실 지난해 2.5집을 낸 후 슬럼프에 빠졌어요. 제가 가수가 아니라 로봇이나 쇼윈도의 마네킹처럼 느껴졌죠. 음악적인 부족함도 밀려왔고요. 관객을 집단적으로 속인다는 느낌도 들었고 '음악하지 말까? 뭘 할까' 고민했죠. 미국 투어가 저의 매너리즘을 깨줬습니다."
당시 함께 참여한 유명 뮤지션들은 대단한 연륜에도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다. 또 자기 관리를 하는 모습은 그간 록 뮤지션에 대한 편견을 깨기 충분했다. "록 뮤지션 하면 술, 마약, 여자가 떠오르잖아요. 그러나 그들은 다음 공연을 위해 휴식을 취하고 아침 7시에 모닝 커피를 들고 '굿모닝'하며 인사하더군요. '왜 나는 일을 즐기지 못했나, 프로답지 못했나' 반성과 함께 의욕이 샘솟았어요."
마야는 귀국과 함께 음악 이론을 공부하고 기타, 드럼 등 악기 연습에 매진했다. 한마디로 "힘들었는데 충격받은 후 공부했고, 이제 내 색깔을 찾았으니 즐겁게 노래할 생각"이란다.
내년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권 진출도 준비중이다. 이미 일본 음반기획사와 계약을 맺었고 내년 초 베스트 음반 성격의 데뷔 음반을 발표한다. 일본 NHK는 마야의 일본 진출에 맞춰 다큐멘터리를 방송하기 위해 최근 한국을 방문해 마야의 모습을 담고 있다. 일본에 이어 중국에선 3집 수록곡 중 일부를 중국어로 녹음해 선보일 예정이다.
"참, 이번 음반 재킷 어때요? '톰보이'로 인식된 외부 이미지와 다른 마야의 실제 모습을 보여주자고 스태프의 성화가 대단했어요. 그래서 속살 보이는 섹시한 여인으로 등장했죠. '우리 다 까고 솔직하게 노래하자'고 밴드 멤버들에게도 사정사정해서 팬티만 입혔어요. 너무 야했나요?(웃음)"
그리고 그의 입에서 나온 애처로운 한마디. "아~ 요즘 시집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런 생각 안드세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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