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작가들 고민 담아낸 ‘만남, 그리고 공유’ 전시회

썩은 바나나엔 쾌락과 몰락이

젊은 작가들의 숱한 고민들이 화폭에 담겼다. 오는 31일까지 성남시 분당구 율동에 위치한 갤러리 율에서 ‘만남, 그리고 공유’란 주제로 전시가 열리고 있다. 참여 작가들은 나형민·윤주일·이영빈·장재록·정수진·지요상 등 6명. 이들은 자신들만의 독특한 색채로 진지한 고민과 삶의 문제를 풀어냈다.

에로티시즘에 관심과 열정을 보인 윤주일은 죽음과 쾌락의 절정인 에로티시즘을 표현하면서 벌레나 썩은 바나나를 등장시켰다. 이런 모순점은 기존 관습이나 체제에 대한 저항과 일맥 상통한다.

골목 풍경 등을 재현한 나형민은 가상적인 도시이미지를 담았다. 가상과 실체의 간격 속에서 이분화된 도시의 의미를 리얼리즘적으로 재해석했다. 특히 작품 ‘Lost’는 작은 소도시의 풍경을 소재로 강렬한 빛깔의 청색 하늘과 수묵의 정교한 공간을 연출했다. 마치 어릴 적 놀았던 추억의 공간이자 사라져 버린 자아의 모습을 대변하듯 말이다.

주로 인물의 두상을 담는 지요상의 작업세계는 독특하다. 도가사상에 작품 동기를 얻었다는 그는 인간의 생리적 욕망 혹은 감정이나 의지에서 출발한 정신적 고통을 벗어나기 위한 깨달음을 수도자 형상으로 표현했다. 화면구성은 물위로 드러난 형상과 수면위에 비춰진 형상이 대칭을 이룬다. 물 위에 나타난 수도자의 형상은 실체이며, 수면위에 형상은 자기 자신을 성찰하고자 하는 수도자의 의지다.

변화의 속도가 빠른 도시와 도시인들의 삶을 다룬 정수진의 한국화도 눈길을 끈다. 횡단보도와 가로등, 공해에도 끄떡 없는 나무 등이 화면의 중앙을 차지하고 텅빈 도로에는 속도감에 형체를 알 수 없는 차량들의 흔적들이 남아 있다.

장재록은 자연의 진실에 접근하려는 인간의 시도, 이연빈은 갱지를 이용한 설치작품 등을 선보였다./이형복기자 bo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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