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오케스트라 가운데에서도 뉴욕 필은 비교적 내한 공연이 잦은 단체에 해당한다.
2000년 당시 음악감독이었던 쿠르트 마주어와 함께 내한한 이후 2-3년 간격으로 꾸준히 찾아와 매 2회 콘서트를 개최하고 있는 이 악단에 한해서는, 내한 공연만으로도 그 변화의 흐름을 비교적 일관되게 지켜볼 수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1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쳐진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은 일단 프로그램 면에서 다채로운 성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첫 곡 드보르자크의 '카니발'은 뉴욕 필이 콘서트의 서두를 열기 위해 대단히 자주 애용하는 레퍼토리로, 특유의 미국적인 생동감과 리듬감이 돋보였다.
이어진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는 협연자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무대였다.
로린 마젤이 "100퍼센트 능력을 기준으로 선별했다"고 공언한 20세의 피아니스트 조이스 양은 지난해 6월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최연소 참가자로 2위를 차지하며 국제적인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본격적인 첫 고국 무대를 뉴욕 필과 함께 하면서, 조이스 양은 연주가가 천성적으로 가지고 있을 법한 긍정적이고 활달한 면모를 음악적으로 과시했다.
과감한 페달 사용과 빠른 패시지 안에서 구사하는 탁월한 기교, 아기자기하고 즐거운 유머가 뉴욕 필 특유의 낙천적인 흐름에 부응했다. 그러나 음색은 밝고 아름다웠지만 단조로움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해 아쉬웠다.
2부 순서였던 베토벤 교향곡 3번 '에로이카'는 과거 내한 공연에서도 연주했던 레퍼토리로 당시에는 쿠르트 마주어의 지휘로 감상할 수 있었다.
마주어의 해석이 정통 독일의 후기낭만적인 양식이 두드러졌었다면, 로린 마젤의 '에로이카'는 그보다는 유려한 스타일을 지향했다.
템포의 극단적인 변화와 다채로운 프레이징을 추구하며 역동성을 지향하는 오늘날의 연주 스타일과 다르게 마젤은 다소 느린 템포를 일관되게 추구하며 감각적인 음향효과를 자제하고 선율의 흐름에 주안점을 두었다.
현악 파트 대부분의 보잉은 패시지가 끊기지 않고 꾸준히 이어졌으며, 호른의 음정이 약간 불안정하였지만 관악 파트 또한 그리 두드러지지 않고 조심성 있게 등장하며 마젤의 일관된 해석에 동참했다.
'과격함'과 파토스가 항상 해석의 전면에 부각되었던 베토벤의 '에로이카'는 마젤의 지휘봉 아래 전반적으로 부드럽고 여성스러운 면모를 새롭게 드러냈다.
이날 공연장에는 정계와 재계 유명 인사들이 객석에 모습을 드러내 사교장으로서의 모습도 보여주었다.
오케스트라 또한 콘트라베이스 주자 가운데 흑인 단원의 모습이 보여 눈길을 끌었다. 미국 최고의 오케스트라에 흑인 연주가가 입단한 것은 이례적인 사례로 여겨진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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