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익태 선생 코다이에 배웠다'..유학기록 첫 발견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애국가의 작곡가 고(故) 안익태 선생(1906-1965)의 해외 유학 학적 기록이 헝가리에서 처음으로 발견됐다.

또 안익태 선생이 지난 1938-1941년 부다페스트에서 헝가리 민요의 대가 코다이 졸탄으로부터 직접 수학했으며, 당시 헝가리 정부가 주는 장학금을 받으면서 공부했다는 새로운 사실과 함께 안익태 선생의 당시 친필이 담긴 학적부 기록도 공개됐다.

미국과 일본, 유럽 등지를 돌며 활발한 음악 활동을 폈던 안익태 선생이 해외 유수의 대학에서 공부했던 학적 기록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다페스트 리스트 페렌츠 음악예술대학(이하 리스트 음대)은 12일 주 헝가리 한국 대사관(대사 엄석정)의 요청을 받고 수개월간 대학 문서 보관소를 뒤진 끝에 최근 안익태 선생에 대한 학적부와 기숙사 명부, 콘서트 기록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버터 언드러시 리스트 음대 총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기록으로 볼 때 안익태 선생은 이 곳에서 첼리스트로도 활동했으며, 당대 최고의 기량을 갖춘 음악가로 볼 수 있는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발견된 1938-1939년 음대 학적부에 따르면 안익태 선생은 리스트 음대에서 3년간 코다이로부터 작곡 이론을 배웠으며, 쉬페르 아돌프로부터 첼로, 바이너 레오로부터 실내악, 웅게르 에르뇌로부터 합창 지휘를 각각 배운 것으로 밝혀졌다.

헝가리 민요의 아버지라 불리는 코다이는 물론, 쉬페르와 바이너는 첼로 연주와 실내악 분야에서 당대 최고의 명성을 떨쳤던 인물들로 평가되고 있다.

리스트 음대 측은 안익태 선생이 헝가리 음악이 절정기에 있었을 당시 최고의 음악가들로부터 음악을 배운 사실이 기록에 나타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안익태 선생이 코다이와 함께 헝가리 민속음악을 집대성한 버르토크 벨러의 수제자이자 당시 최고의 피아노 연주자 중 한 명인 코샤 죄르지의 반주로 부다페스트에서 첼로 공연을 했던 콘서트 프로그램도 발견됐다.

콘서트에서 안익태 선생은 자작곡인 '백합(Lily)'과 '목가곡(Pastorale)'을 비롯해 헨델과 바흐,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등의 곡을 연주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또 안익태 선생이 직접 작성한 1938-1939년 학적부에는 가족사항과 생년월일, 출생지, 종교, 국적 등이 기재돼 있는데 출생지와 주소란에 '조선'(Chosen)이라고 쓴 뒤 괄호 안에 '코리아'(Korea)라고 기록, 자신이 한국인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안익태 선생이 3년간 거주했던 외트뵈시 기숙사의 1938-1941년 당시 학생 명부도 발견됐다.

현재는 헝가리 최고의 인문대학인 엘테(ELLT) 대학 기숙사로 사용되고 있는 외트뵈시 기숙사는 당시 최고의 학생들이 머물렀던 곳으로 입실 경쟁이 가장 치열했던 곳이라고 리스트 음대 측은 설명했다.

버터 총장은 "각 분야에서 최고의 학생들이 머물렀던 외트뵈시 기숙사에서는 경쟁도 심했지만 학생들 간에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분위기였다"며 "안익태 선생도 당시 자신이 작곡한 음악을 연주하며 동료들과 의견을 나누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1938-1939년 기숙사 명부에는 안익태 선생이 1년간 외국 장학생으로 헝가리 정부가 수업료와 기숙사 비용을 전액 지급했음을 보여주는 기록도 있다.

서울에 있는 안익태 기념재단은 연합뉴스가 보내준 자료사본을 본 뒤 "안익태 선생의 유럽 체류 당시 활동을 재구성할 수 있는, 새로운 사실들이 담겨 있는 귀중한 자료"라고 평가했다.

리스트 음대 측은 내년에 헝가리가 낳은 세계적 음악가인 리스트 페렌츠와 코다이, 그리고 안익태의 코리아 판타지를 엮어서 한국-헝가리 공동 음악회를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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