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좋은 연기자, 스태프들과 함께 공연을 해 매우 기쁘고 한편 행운으로 생각합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수도 프리토리아 소재 국립극장에서 12일 저녁 막을 내린 오페라 '카풀렛가와 몬테규가(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줄리엣 역을 맡은 박지현(33)씨는 공연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박씨는 한국 성악가로서는 처음으로 이 나라 오페라무대에서 주역을 맡아 지난달 27일부터 공연, 한국 여성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선보였다.
"줄리엣역의 프란체스카박은 화려한 콜로라투라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기쁨과 슬픔을 적절하게 표현했고 정교한 감미로움을 선사했다" "그녀가 부르는 탄식의 노래는 부드러우면서도 합창단 소리보다도 강하게 극장 구석구석에 전달됐다. 그녀의 훌륭한 소프라노 음성을 당신은 정말 음미하게 될 것이다"
프리토리아뉴스, 비즈니스데이, 시티즌 등 남아공의 일간지들은 모두 줄리엣역을 열연한 박씨에게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탈리아에서 음악활동을 하고 있는 그녀는 이같은 평에 대해 "벨칸토창법을 이곳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같다"며 "관객들이 기립박수를 보내는 등 호응이 좋아 기쁘다"고 덧붙였다.
이날 객석을 채운 1천여명의 관객들은 대부분 백인들로, 박씨가 아리아를 부른 뒤에는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갈채를 보내기도 했다.
박씨가 이번 무대에 서게된 것은 지난해 유니사(UNISA.남아공대학)가 개최한 국제성악콩쿠르에서 오페라부문 1위를 차지한 게 인연이 됐다.
남아공 최대 오페라공연단인 '오페라 아프리카' 기획관계자가 당시 콩쿠르에서 박씨를 눈여겨 본 뒤 줄리엣역을 제안한 것.
'오페라 아프리카'는 이 나라에서 벨리니의 '카풀렛가와 몬테규가'를 초연하면서 감독에 유명 테너 가수 출신인 로런스 데일을 초빙했으며 연주를 맡은 남아공실내관현악단 지휘는 영국 출신 제레미 실버에게 의뢰했다.
'오페라 아프리카'는 2007년에도 박씨를 초빙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는데 그녀는 같은해 2월엔 UNISA 후원으로 남아공 전국을 돌면서 독창 콘서트를 갖게 된다.
한편 성신여대와 서울대에서 수학한 뒤 2004년 이탈리아 밀라노 베르디 국립음악원을 졸업한 그녀는 2007년에는 이탈리아에서 독일로 음악활동의 무대를 확장할 계획이기도 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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