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공화국'이라고 불리는 한국. 지상파TV 정규방송에만 20개가 넘는 드라마들이 편성돼 있다. 이들 드라마의 주요 시청자는 대부분 여성으로 알려져 있다. 왜 여성들은 이처럼 드라마를 좋아하는 것일까.
'MBC스페셜'은 12일 오후 11시30분 방송되는 '여자와 드라마, 운명적 사랑' 편에서 문화적, 심리학적 접근은 물론 뇌신경과학계 전문가와 최첨단 기기를 동원한 실험으로 드라마와 여성의 관계를 집중 분석했다.
먼저 제작진은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팀과 함께 한 남성과 여성의 '드라마 시청패턴 실험'을 해봤다. 실험 결과, 여성이 드라마의 줄거리ㆍ순서ㆍ의상 등의 기억을 묻는 항목에서 높은 성적을 거둬 드라마에 대한 몰입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인공의 감정을 느끼는 공감 항목에서 월등한 성적을 올렸다. 남성은 반대로 드라마에 전혀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차이는 남성과 여성의 언어 능력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강남 차병원 서호석 박사는 남성은 하루에 7천여 단어를 말하는 반면 여성은 하루에 2만여 단어를 구사하며 언어 이해력도 뛰어나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여성은 남성에 비해 드라마의 핵심인 대사를 받아들이는 능력이 더 뛰어나고 따라서 드라마를 더 재미있게 느낀다는 설명이다.
보는 것만으로도 상대의 감정 상태를 이해하는 공감(empathy) 능력 역시 여성이 월등하다. 서울대병원 권준수 박사는 남녀의 공감 능력에 대한 FMRI(뇌 속 산소의 흐름과 같은 역동적인 상황을 촬영 가능하게 하는 뇌단층 촬영 영상기기) 검사를 통해 여성들이 드라마를 좋아하는 이유를 분석했다.
또한 성신여대 여성학과 한정원 교수는 "여성은 드라마 캐릭터와 자신을 동일시하고 같은 감정을 느끼고 웃고 울고 하면서 그 사람의 삶이 자신의 삶에 뭔가 투영된다는 것을 느낀다"면서 "일상생활을 영위해 나가면서 느낄 수 없는 그런 간접경험을 통해서 자기 자신을 표출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제작진은 3천32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드라마 시청 패턴 조사를 실시했다. 이에 따르면 여성 90.1%가 드라마를 보며 눈물을 흘린다고 대답해 여성은 감정이입을 잘한다는 이론을 뒷받침했다.
하루 평균 드라마 시청 시간은 '2~5시간'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70%로 가장 많았다. '2~3시간'이 57.1%, '4~5시간'이 13.3%였다. 좋아하는 드라마 소재로는 '사랑 이야기'가 34%, '역사에 대한 새로운 정보'가 26.3%로 조사됐다.
'주인공이 역경에 빠졌을 때 가슴에 심한 통증을 느낀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58.8%, '좋아하는 드라마를 5번 이상 본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49.2%가 '그렇다'고 대답해 여성들의 드라마 사랑을 증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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