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첫 주말 북미지역 박스오피스에서 기상천외한 풍자코미디 '보랏(Borat)'이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3~5일 박스오피스 잠정집계에 따르면 영국 코미디언 새처 배런 코언이 카자흐스탄의 TV 리포터로 미국 대륙을 횡단하면서 가난한 조국의 시청자를 위해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소개하는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보랏'은 사흘간 2천640만 달러를 벌어들여 1위로 개봉했다. '보랏'의 기록은 837개 극장에서만 개봉한 결과여서 할리우드 관계자들을 더욱 놀라게 했다.
배급사인 20세기 폭스는 당초 2천500개 극장에서 개봉할 예정이었으나 설문조사 결과 비평가들과 인터넷 영화 마니어 사이에서 퍼진 '엄청나게 웃기다'라는 열광적 반응이 일반 대중에게까지 퍼지지 않았다는 판단을 내려 개봉 극장 수를 줄인 것.
하지만 폭스의 잠정집계에 따르면 '보랏'은 이날 17개국에서 개봉, 1천700만 달러를 벌어들였으며, 영국과 독일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보랏'운 주인공 배런 코언과 래리 찰스 감독이 게릴라 식으로 촬영하면서 총 1천800만 달러의 예산을 들여 만든 로드 무비다. 첫 주말 성공에 힘입어 다음 주에는 2천500개 극장으로 확대된다.
'카자흐스탄 킹카의 미국 문화 빨아들이기(Cultural Learnings of America for Make Benefit Glorious Nation of Kazakhstan)'란 긴 부제가 붙은 '보랏'은 픽션과 다큐멘터리를 뒤섞은 형식에 슬랩스틱 코미디, 음담패설 및 기상천외한 개그 등으로 시종일관 관객의 폭소를 자아낸다.
주인공 보랏은 카자흐스탄 TV 기자이면서 유대인들을 싫어한다. 그는 TV에서 미국 여배우 파멜라 앤더슨을 본 후 사랑에 빠져 그를 만나기 위해 미 대륙을 횡단하게 된다. 대륙 횡단을 하면서 미국인들을 인터뷰하며 그 내용을 조국에 방송한다. 이 인터뷰들은 실제로 주인공이 즉흥적으로 미국인들을 만나 황당한 질문들을 던지기 때문에 그에 대한 미국인들의 반응을 살피는 것도 재미있다. 보랏은 호텔에서 벌거벗고 뛰어다니기도 하고, 아내의 젖으로 만들었다는 치즈를 시식하라고 내놓는가 하면 유대인들을 쏴죽이는 데 알맞은 총을 사고 싶다는 말을 예사로 사람들에게 한다. 저속한 유머도 빼놓을 수 없다.
'보랏'의 예상외 돌풍으로 이번 주말 1위를 차지하리라 예상됐던 디즈니의 가족영화 '산타클로스3'는 3천458개 극장에서 2천만 달러의 수입을 올려 2위로 개봉했다. 이는 전편의 2천900만 달러보다 낮은 개봉 기록. 하지만 디즈니 측은 라이벌인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 '플러쉬(Flushed Away)'와의 경쟁을 감안할 때 좋은 성적이라고 자위하는 분위기.
드림웍스가 '월래스 & 그로밋' 시리즈의 아드만 스튜디오와 손잡고 만든 '플러쉬'는 하수구로 떠내려간 서생원이 겪는 모험을 그린 작품. 컴퓨터 애니메이션이지만 아드만 스튜디오 특유의 클레이 애니메이션다운 느낌을 살려냈다.
전 주 1위였던 공포영화 '쏘우3'는 1천550만 달러로 4위로 밀려났으며, 5~10위는 '디파티드'(800만 달러), '프레스티지'(780만 달러), '아버지의 깃발'(450만 달러), '올해의 인물'(380만 달러), '부그와 엘리엇'(Open Season, 310만 달러), '퀸'(300만 달러)가 각각 차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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