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단체의 가능성 열어
지역의 문화단체들도 열악한 제작환경 속에서 어려움을 딛고 대작 오페라를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무대였다.
지난 3일 오후 7시30분 지역문화예술기관의 모범적인 연합체로 손꼽히는 경기지역문화예술협의회(이하 경문협)가 지난해 이어 두번째로 공동 제작한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Madame Butterfly)’의 첫 공연이 부천시민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렸다.
부천시민회관이 오페라 전용극장이 아니어서 어떻게 무대를 만들었을까 궁금했는데 부천필오케스트라를 위해 객석 앞부분까지 과감하게 포기하면서까지 자리를 마련하는 등 훌륭하게 무대를 변신시켰고 무대 위 세트 또한 여느 전용극장 못지않아 제작진의 노력을 느낄 수 있었다.
공연은 김덕기 지휘자 연출로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감미로운 음악이 흐르면서 막이 올랐다. 막이 오르자 무대 위에는 일본의 전통 가옥을 본딴 독특한 세트가 나타났고 미 해군 중위 핑커톤(이재욱 분)과 몰락한 귀족의 딸로 게이샤가 된 어린신부 초초(노정애 분)와의 결혼식 장면이 이어졌다. 결혼식 장면에서 게이샤들이 펼친 춤은 이번 공연을 위해 일본에서 전문안무가 하나야기 스케타로씨를 직접 초빙해 동작을 익혀 많은 연습을 한 탓인지 동작 하나하나가 진짜 일본인이 연기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만큼 자연스러웠다.
배우들의 열창도 이어져 제1막에서 슬픔에 잠긴 나비부인을 위로하며 부른 ‘사랑의 이중창’과 2막에서 떠난 핑커톤을 그리워하며 부르는 나비부인의 아리아 ‘어떤 개인 날’ 등을 열창할 때는 객석에서 박수가 이어졌다.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제2막 1장에서 핑커톤이 돌아오는 것을 기다리며 나비부인이 아들과 함께 핑커톤과 재회하는 꿈을 꾸는 장면. 이 장면에서 무대 위에서 어느 사이 꽃이 만발한 벚나무가 천천히 펼쳐지더니 봄바람에 나부끼는 벚꽃을 연상시키듯 꽃가루가 날렸고 잔잔하고 은은한 아리아가 흐르는 사이 재회하는 장면은 조명을 살려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 연출됐다.
이번 공연은 전석 초대권이 아닌 예매와 현장판매 등을 통해 매진을 기록했다는 점도 높이 평가받을만하다. 배우들도 다른 ‘나비부인’ 공연에 비해 연기부분이 많았는데도 풍부한 감정을 실어 표현했고 작품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6차례에 걸친 오디션을 통해 주연배우를 캐스팅하는 노력과 일본 게이샤의 세세한 몸동작을 익히기 위해 일본인 안무전문가를 초빙하는 열의를 보였다.
다만 이날 공연이 첫 공연이어서인지 관객들을 위한 자막처리 스크린에 오자가 보이고 화면이 자주 꺼지는 등(무려 25차례) 매끄럽지 못했다. 또 B팀이어서였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스즈끼역의 메조소프라노와 핑커톤역의 남자배우 성량 등이 약간 부족한듯 종종 오케스트라 연주에 묻혀버리는듯한 느낌이 옥의 티였다.
오는 17~18일 고양어울림극장, 다음달 8~9일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다음달 16~17일 의정부예술의전당에서 이어질 오페라 ‘나비부인’의 성공을 기대해 본다.
/이종현기자 major01@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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