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그만두고 2년동안 몰두한…첫 창작 뮤지컬 ‘루나틱’ 수원공연
일년 반 전 개그콘서트에 잘 나오던 둥글둥글 백재현이 갑자기 방송에서 사라져 버렸다. 후문은 몸이 아파서, 혹은 이혼으로 등등 흉흉하기 그지 없었다. 그런 백재현이 며칠 후면 뮤지컬을 들고 수원을 찾아온다니, 먼저 연락을 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여보세요~.”
방송에서 사라진 백재현이 보고 싶기도 하고 해서 대뜸 개그맨 시절을 물어봤더니, 이제는 뮤지컬 매력에 푹 빠져버린 백재현 발끈한다. 개그맨보다 뮤지컬 연출가, 아티스트로 불리고 싶은가보다.
흉흉한 소문과는 달리 뮤지컬에 빠져 거의 2년간 방송에 나오지 않던 백재현,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단다. 지난해 가정문제도 있었고, 청각장애도 겪었다. 기분 좋은 얘기도 아니고 또 발끈할까 조심스레 하나하나 최근 근황을 물었다.
■인터뷰/백재현
방송을 관두고 2년여간 백재현은 전재산을 털어 그의 소중한 첫 창작뮤지컬 ‘루나틱’을 만들었다.
“‘루나틱’은 창작뮤지컬입니다. 수입된 다른 공연들처럼 원숭이가 사람 흉내내는 것 같은 그런 작품이 아니에요.” 이건 무슨 말인가 해서 계속 물었다. “뮤지컬 캣츠를 보면 셋째 고양이가 텝댄스를 춰요. 그 역을 당시 캣츠를 연출한 연출가와 친한 할머니 배우가 했었죠. 그 할머니 배우가 텝댄스를 잘 췄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전 그 장면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그런데 캣츠를 지금 한국에서 공연을 하려면, 젊은 배우가 억지로 할머니 분장을 하고 텝댄스를 배워야하죠. 그게 바로 원숭이가 사람을 흉내내는 것이죠.”
백재현은 자신의 창작뮤지컬에서는 모든 배우들이 본인의 장기를 자연스럽게 연기한다고 말한다.
“마술을 하는 친구는 한쪽에서 마술을 하고, 춤을 잘추면 춤을 추고, 배우들은 자기 장기를 보여주니까 신이 나고, 보는 사람도 그렇지 않겠어요?” 뮤지컬에 푹 빠져도 보통 빠진 게 아니었다.
“지금 얼마를 버는지는 자세히 몰라요. 하지만 여전한 것은 제가 아직도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40만원 내는 집에 살고 있다는 것이죠.” 그럼 그동안 벌어들인 소득은 어쨌느냐고 물었다. “소득은 고생하는 뮤지컬 식구들과 나눠 가져요. 남는 돈은 관객에게 할인도 해주고요. 시민들 월급이 얼만데 10만원짜리 공연을 보겠어요. 나중에 7천원 뮤지컬을 만들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백재현은 일년 반 전 방송생활의 일상에 지쳐가던 무렵, 정말 하고 싶던 뮤지컬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고 말한다.
백재현이 뮤지컬계에 처음 발을 들여놓던 시기, 전 재산을 다 털어서 뮤지컬에 투자를 하고 공연 많은 대학로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품주기 마케팅을 펼친 일, 그리고 운영 초기 과도한 스트레스로 안면마비 증세까지 겪었단다. 하지만 백재현의 긍정적인 마인드가 주는 힘은 컸다. 안좋은 일들이 겹쳤지만, 이겨낸 만큼 백재현에게 좋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6월달까지만 20억원을 벌어들였을만큼 그의 첫 창작 뮤지컬 ‘루나틱’이 성공을 거뒀다. 이어 지난 10월말 백재현은 직접 만들어낸 창작뮤지컬로 대한민국연예예술상 문광부장관 표창도 받았다.
슬슬 대화가 무르익어, 이런 저런 사적인 이야기까지 시작됐다. 백재현은 결혼 3년만인 지난해 구 모씨와 이혼을 했다. 결혼 전에는 다 포용하겠다고 한 구 모씨가 백재현의 바쁜 방송생활이 상상을 초월하자 힘들어하던 나머지 일어난 일이라는 소문. 특이한 것은 이혼 후 원수처럼 지낸다거나 만나기를 껄끄러워 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백재현과 구 모씨가 아직도 연락하고 잘 지내는 사이라는 사실.
“둘 다 여행마니아들이라, 결혼시절에는 1년에 10번 정도 여행을 다녔었어요. 지금은 뮤지컬 일로 바빠서 자주는 못하지만, 친구로 지내면서 여행도 두번 정도 같이 갔죠. 지금은 그냥 좋은 친구죠. 요즘 소원해져서 좀 미안하긴 하지만….” 지금의 백재현은 이혼의 아픔을 건너뛴 모습이었다.
수원을 찾아오는 백재현의 ‘루나틱’은 10일부터 11일까지 2일간 수원청소년문화센터 온누리아트홀 무대에 오른다. 문의(031)243-6616
/김효희기자 hhkim@kgib.co.kr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