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양쯔강(長江)과 그 지류인 한강(漢江)의 합류 지점에 자리잡은 도시 우한(武漢).
우한에는 한국 음악과 문학작품의 소재로 자주 등장하는 황학루(黃鶴樓)가 있다. 1일 오후 황학루 앞에는 한국 공연단을 위한 무대가 붉은색 카페트와 함께 마련됐다.
하얀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시 낭송 전문가 공혜경 씨가 등장해 최호(崔顥)의 한시(漢詩) '황학루'를 우리말로 읊었다.
"옛사람이 황학을 타고 떠나니(昔人已乘黃鶴去) 이곳에는 텅 빈 황학루만 남았네(此地空餘黃鶴樓)…."
나라음악큰잔치 추진위원회(위원장 한명희)가 중국 우한 일대에서 여는 '적벽대전의 환몽(幻夢)-한국음악 속의 적벽사화(赤壁史話)' 황학루 공연이 이날 한국과 중국 문화 관계자를 비롯해 중국 관객 200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열렸다.
이번 공연은 한국과 중국의 문화 교류를 증진시키고, 한국이 중국문화를 그대로 수용한 것이 아니라 우리 것으로 소화해왔음을 중국인들에게 보여주는 자리였다.
공씨에 이어 중요무형문화재 30호 여창가곡 이수자 황숙경 씨와 41호 가사 이수자인 김병오 씨가 차례로 무대에 올라 각각 우조지름시조 '황학루'와 사설지름시조 '등금릉봉황대(登金陵鳳凰臺ㆍ이백의 시)'를 노래했다.
한국의 창작 생황 독주곡 '풍향(風香)'(생황 허지영)과 중국의 비파독주곡 '십면매복(十面埋伏)'(비파 호북성 영시 신성 예술단)은 양국의 전통 악기를 비교하면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뜻 깊은 무대였다.
마지막 순서로 국악을 전공한 젊은이들로 구성된 퓨전 타악 그룹 '공명'이 나서 태평소로 죽음을 상징하는 까마귀 울음소리를 표현한 '전쟁과 평화'와 목탁, 바라, 쉐이크 등 다양한 타악기를 사용하는 '보물섬'을 연주해 큰 호응을 받았다.
한편 전날(10월31일) 저녁 우한음악학원 편종음악청(700석 규모)에서도 중국 관객들이 공연장을 가득 메운 가운데 공연이 펼쳐졌다. 표를 받지 못한 100여 명은 선 채로 끝까지 공연을 주시했다.
특히 조갑용(수원대 한국음악과 겸임교수) 씨가 이끄는 사물놀이 공연은 공연 중간 네 차례에 걸쳐 박수가 터져나올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또 타악그룹 '공명'도 공연이 끝난 뒤 중국팬들의 사인 공세에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할 정도로 한류스타 못지 않은 인기를 끌었다.
앵콜 공연은 실내공연장 밖 교정에 마련됐다. 사물놀이팀이 상모 돌리기 등 묘기를 선보이자 이웃주민까지 가세한 1천 여명의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탄성이 절로 터져나왔다.
"편종음악청 공연을 본 뒤 황학루 공연도 보러 친구와 일부러 왔다"는 루롄(18ㆍ우한음악학원 피아노과 1년) 씨는 "한국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가끔 보는데, 한국 전통 음악을 접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상당히 재미있었고, 공명의 공연이 특히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3일에는 제갈공명이 칠성단을 쌓고 동남풍을 빌었던 적벽공원(赤壁公園) 내 남병산(南屛山)과 적벽바위 위에 자리잡은 주유(周瑜) 동상 앞에서도 공연이 진행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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