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삑사리'처럼 들리는 거친 음색이 이번엔 가창력 논란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 같다. 가수 김장훈은 9집 '잇츠 미(It's me)'를 내며 '건달(乾達)'처럼 노래했다고 한다. 두려움을 버리고 미화하지 않고 여과 없이 토해냈다는 의미다.
"제가 왜 목소리 갈라지는 거 모르겠어요? 명색이 가수인데. 들어봐요. (부드럽게) '허니~ 오 허니~ 많이 보고 싶어', (거칠게) '허니~ 오 허니~ 많이 보고 싶어' 어떤 게 더 좋아요?"
김장훈의 라이브 비교 버전은 정말 후자가 더 가슴을 파고든다. 그는 윤명선 씨가 작곡한 9집 타이틀곡 '허니(Honey)'를 내추럴한 창법과 거친 샤우팅 창법, 두가지 버전으로 수록했다.
후자는 일명 마니아 버전.
"가창력 논란도 이제 재미있는 현상으로 받아들여요. 맨날 똑같이 안정되게 잘하면 재미없잖아요. 부드럽게 부르는 법은 알지만 가슴에 와 닿도록 하려면 노래에 따라 발성을 여러가지로 해요."
그는 마니아 버전을 녹음하며 3절 '허니~ 오 허니~ 많이 보고 싶어/그 누구의 가슴에서도 울지 말아요'란 부분을 녹음하며 울고 말았다. 목이 메어 두 박자를 끌지 못한 이 부분은 고스란히 음반에 담겼다.
"10년 전 여자인데 아직도 왜 나를 떠났는지, 영원하자고 얘기했는데. 난 어기지 않았는데. 아픈 것도 사랑의 일부겠죠?"
지금껏 그를 만나며 여자에 대한 감정을 이렇게 솔직하게 털어내는 것은 처음이다.
"평생 살면서 돈을 벌어야겠단 생각을 세 번 했어요. 90년대까지 엄마와 한 달에 8만 원 하는 월셋방에서 살았는데 엄마가 화장실이 '푸세식'(급수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화장실)만 아니면 좋겠다고 했을 때, 돈이 없을 때 여자 친구가 고기를 사준다고 하길래 돈의 출처를 묻자 '거리 축제에서 꽃 아가씨'로 벌었다고 했을 때에요."
그는 사랑이 퇴색될까 여자 친구의 이름을 말하는 것조차 꺼려진다고 했다. 불혹의 나이지만 마음은 풋사랑에 얼굴 붉히는 10대 같다.
그만의 청춘을 상징하는 또 다른 증거. 미니홈피에는 젝스키스의 '커플', 태사자의 '도' , H.O.T.의 '캔디'가 흘러나온다.
9집에도 '커플'을 리메이크 했다. 보통 구력 10년 안팎의 가수의 경우 아이돌 그룹 히트곡을 리메이크 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는 당초 이 노래를 젝스키스 멤버들과 부르려 했으나 군 복무중인 강성훈의 처지에 누가 될까 결국 이문세, 윤도현, 성시경, 메이비, 크라운 제이와 함께 노래했다.
"남자들끼리 '오 러브~ 왜 이제서야 많이 외롭던 나를 찾아온거야' '오 러브~ 너를 사랑해 이제 모든 시간들을 나와 함께 해'라고 한 소절씩 부르니 완전 닭살이었어요. 그래서 동성애를 다룬 영화에서 따와 '해피 투게더' 버전이라고 붙였죠."
입담으로 유명한 그지만 한 곡 한 곡 설명을 들을 때마다 마치 무용담을 듣는 듯하다. 에픽하이의 타블로가 작사, 작곡하고 미쓰라 진이 피처링한 '남자라서 웃어요'에도 기똥찬 부연 설명을 한다.
"'12년 만에 저 팬이 다시 찾아왔네'라며 무대 위 사람의 입장에서 쓴 곡인데 딱 한군데, '오늘도 술에 취하고/낯설은 여자 품에 눈을 감죠'란 부분은 타블로만 공감하는 가사입니다. 저, 낯선 여자 품에 잠든 적 없습니다. (웃음)"
음반 제목 '잇츠 미'에서 알 수 있듯 그는 9집을 통해 '이게 나'란 걸 보여주고 있다. 그의 노래는 점차 대중을 김장훈의 색깔에 동화시키는 힘이 있다. 9집에 대한 네티즌의 평 중 '노래 못한다'는 악플도 예전과 달리 자취를 감췄다.
"이젠 인정하는 분위기던데요?(웃음)" 그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넘쳐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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