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식 16주기… 레게로 부르는 ‘비처럼 음악처럼’

가수 김현식이 떠난 지 16년이 됐다. 1990년 11월1일 6집 앨범 ‘내 사랑 내 곁에’를 완성하지 못하고 서울 이촌동 집에서 눈을 감았다. 사인은 지병인 간경화였다. 당시 주치의는 “술을 한 방울이라도 먹으면 죽는다”고 경고했지만 그는 술을 입에서 떼지 않았다. 자신을 괴롭혀온 지독한 외로움 때문이었다. 결국 거친 목소리가 담긴 미완성 앨범만 남긴채 32세의 젊은 나이로 우리 곁을 떠났다.

해마다 이맘 때면 김현식을 추모하는 행사가 열린다. 그의 음악을 기억하는 이들을 위한 자리다. 지난해엔 15주기 추모공연이 열렸다. 권인하, 한영애,정경화,신촌블루스 엄인호,사랑과 평화의 최이철,김동환,우순실 등이 연세대에 모여 ‘김현식… 회상’ 콘서트를 열었다.

2000년에는 ‘김현식 10주기 헌정앨범’이 발매됐다. 신승훈 조성모 김민종 유승준 김경호 임재범 김범수 권인하 등이 김현식의 노래를 다시 불렀다. 김현식 마니아인 영화배우 최민수도 ‘넋두리’라는 시를 낭송했다.

올해는 특별한 행사가 눈에 띄지 않는다. 대신 신예 ‘쿤타&뉴올리언스(Koonta & Nuoliunce)’가 김현식의 ‘비처럼 음악처럼’을 자메이칸 스타일로 불렀다. ‘쿤타&뉴올리언스’는 언더그라운드 중심으로 활동하던 보컬 쿤타(24·본명 안태현)와 프로듀서 겸 MC 뉴올리언스(24·본명 최성범)가 만나 레게 힙합 등 정통 흑인음악을 선보이는 하이브리드 그룹이다.

서울음반과 SK텔레콤의 신인가수 육성 프로젝트인 ‘멜론 루키’로 뽑혀 음반제작비 일부를 지원받아 최근 1집 앨범 ‘쿤타 인 뉴올리언스’를 발매했다. 이들은 “평소 김현식을 존경해왔다”면서 “우리 색깔에 맞게 고인의 음악을 재해석해 기일에 바치고 싶다”고 했다.

정통 레게 음악을 선보이는 그룹답게 이들이 부르는 ‘비처럼 음악처럼’은 낯설다. 잔잔한 피아노와 함께 시작되던 곡은 곧 요란한 레게비트에 휩싸인다. 흥을 돋우는 랩과 추임새도 추가됐다. 레게라는 장르가 그렇듯, 리듬은 흥겹지만 원곡이 갖고 있는 애절함만은 그대로인 듯하다.

‘쿤타&뉴올리언스’는 이 노래를 김현식 기일 하루 전인 31일 KBS1 TV ‘윤도현의 러브레터’ 녹화 현장에서 선보인다. 1980년대 김현식이 블루스 선율에 담았던 진한 감성이 16년 뒤 파릇파릇한 후배들에 의해 어떻게 재구성되는지 지켜볼 일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지은 기자 herang@kmib.co.kr

* 쿠키뉴스 홈페이지에서 ‘쿤타&뉴올리언스’가 부른 ‘비처럼 음악처럼’을 들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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