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수첩’이 31일 방송 700회를 맞는다. 1990년 5월 ‘피코 아줌마 열받았다’로 첫 전파를 탄 이후 16년 만이다.
PD수첩이 이렇게 장수할 수 있었던 것은 성역을 가리지 않고 사회의 어두운 구석구석을 발로 뛰었기 때문이다. 비근한 예가 ‘황우석 사태’. PD수첩은 6개월간 미국을 오가며 밀착 취재한 끝에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줄기세포 연구사업의 진실을 백일하에 드러냈다. 이 과정에서 제작진은 취재윤리 논란으로 대국민 사과를 했으며 시청자들의 압력으로 방송중단 사태를 맞기도 했다.
영광의 상처는 이뿐만 아니다. 1999년 5월에는 PD수첩 방영 도중 내용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 MBC 주조정실에 난입,방송을 중단시키는 초대형 방송사고를 냈다. 1992년에는 우루과이라운드 타결직전 농촌의 현실을 다룬 내용이 사장의 지시로 결방되자 PD수첩 제작진은 카메라를 던졌으며 이는 방송민주화 운동의 단초를 제공했다.
최근에는 소말리아에 억류된 동원호의 선원들을 직접 인터뷰한 ‘조국은 왜 우리를 내버려 두는가’를 비롯해 ‘한미 FTA-진실과 거짓’ ‘병원의 위험한 비밀’ 등을 잇따라 내보내 사회적 논쟁에 불을 지폈다.
그러나 공이 많은 만큼 개선점 역시 적지 않다. 소재의 선정성이나 함정 취재 논란 등이 그것. 일례로 지난 10일 방송된 ‘현장르포!파이트클럽’의 경우 기획의도와 달리 ‘파이트클럽’을 홍보하는 내용으로 일관해 시청자들의 빈축을 샀다. 사회에 만연한 폭력문화를 개선하자는 취지였지만 인터넷으로 파이트 클럽을 찾는 법과 사이트의 상세한 소개,공격방법과 싸움에 쓰이는 무기를 소개하는 데 방송시간 대부분을 할애했다.
경실련 미디어워치 한상희 팀장은 “PD수첩이 PD 저널리즘의 확립에 큰 공헌을 했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최근들어 초심을 잃은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가 생긴다”면서 “특종잡기식 경쟁이 계속되면서 선정성 논란이나 초상권 침해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PD수첩은 31일과 다음달 7일 700회 특집 ‘우리시대의 얼굴’ ‘대한민국 돈 공화국’편을 방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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