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오페라단 못지않은 감동 선사
‘아! 가지마오 내 사랑 가지마오 내사랑, 가지마오/ 떠나지마오 그대 떠나지마오/ 사랑을 주오 살아남을 기회를/ 아 나 그대에게 사랑이 꺼지지 않게 해주기를 비오. 아!/ 외로운 눈물 한 방울 난 또렷하게 볼 수 있소/ 나를 향한 그대의 사랑을 드러내는 것을 말이오.(도니제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 중 아리아 ‘남몰래 흐르는 눈물’ 중에서)
기존 성인 오페라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는 멋진 공연이었다. 배우 개개인의 노래 실력도 훌륭했고 이탈리아어 원어로 된 오페라란 어려움을 오랜 연습을 통해 잘 소화해 관객들에게 멋진 감동을 선사했다.
지난 24일 오후 5시30분 수원대 벨칸토아트센터 대극장 객석 1천여석을 가득 메운 가운데 수원대 정기 오페라 공연으로 이 대학 음대 주관으로 열린 도니제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L’elisir d’Amore)’(예술감독 김화숙 교수·연출 스테파노 빠따리노 교수).
음대 김주현 교수(서울필하모닉 전임지휘자) 지휘로 장중하면서도 경쾌한 서곡으로 막이 오르자 한쪽에선 여주인공 아디나(유진경 분)가 신문을 읽고 있고 남자주인공 네모리노(조찬욱 〃)가 ‘세상에 저렇게 예쁜 여자가 있을까’를 노래하며 아디나에게 사랑을 전하고 있었다.
이번 공연은 특이하게도 다른 공연과 달리 배우들이 오페라의 묘미를 살리고 원작에 충실할 수 있도록 2막 전 공연을 연출가 스테파노 교수의 모국어인 이탈리아어로 불렀고 일상적인 배우들간 대화도 이탈리아어로 하는 등 모든 공연이 대화없이 100% 노래로 진행됐다.
배우들은 연습량이 많아서인지 성량이 풍부했고 학생답지 않은 자연스런 연기를 펼쳐 전문 오페라단의 연기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이날 공연의 백미는 2막 결혼식 준비로 바쁜 아디나의 정원에서 별과 달이 빛나는 밤 네모리노가 아디나의 사랑을 갈구하며 부른 아리아 ‘남몰래 흐르는 눈물’.
네모리노로 분한 조찬욱군의 아리아가 끝나자 객석에서는 연이어 ‘브라보’를 연호했고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무대미술도 많은 심혈을 기울여서인지 극의 분위기와 맞아떨어졌고 소품들도 정갈하게 준비해 이날 공연의 성공을 뒷받침했다.
다만 몇가지 아쉬운 점도 남겼다. 모든 노래를 이탈리아어로 공연해 관객들이 대사를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것을 감안해 주최측이 친절하게도 무대 위쪽에 스크린을 설치, 자막처리를 해 관객들의 이해를 도왔으나 관객들이 자막을 보기 위해 시선을 위로 고정시킬 때에는 배우들의 움직임을 놓치게 돼 자막처리를 무대 좌우측에 설치했으면 하는 작은 아쉬움이 남았다. 전문적인 조명 처리도 아쉬웠다. 노래하고 있는 배우나 주인공을 따라 비춰야 할 조명은 조도가 낮아 배우들의 얼굴이 어둡게 처리됐고 소품들도 제 빛을 잃어 극의 묘미를 살리는데 부족했다.
배우들도 노래실력은 뛰어났지만 종종 오케스트라의 연주속에 목소리가 묻히는 등 성량이 부족한 느낌이었고 (전문적인 오페라 배우들의 연기실력은 아니지만) 아마추어적인 몸짓이나 연기를 펼쳐 어딘가 2%정도 부족한 느낌을 받았다.
이날 공연은 학생들이 기존 전문적인 오페라단의 공연에 못지않은 공연을 펼쳤다는데 박수를 보내며 공연이 끝나고 펼친 잔치같은 분위기를 계속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훗날 이들 학생 중에 우리나라를 짊어질 좋은 오페라 가수가 탄생하기를 기대해 본다.
/이종현기자 major01@kgib.co.kr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