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 제작 오페라 '돈 카를로'

예술의전당(사장 김용배)이 기획하고 제작한 오페라 '돈 카를로'가 11월7-11일(9일은 공연 없음)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베르디 오페라 '돈 카를로'는 연주시간만 약 3시간30분(총 4막)에 달하고, 성악가 30여 명을 비롯해 100여 명의 오케스트라와 80여 명의 합창단이 출연하는 대작.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독일의 문호 프리드리히 쉴러의 희곡 '스페인 왕자 돈 카를로스'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돈 카를로'는 실제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정략적인 이유로 약혼녀(엘리자베타)를 아버지(필립보2세)에게 빼앗긴 스페인의 카를로 왕자, 최고 권력자임에도 고독한 필립보 2세, 왕의 정부(情婦) 에볼리 공녀, 왕의 심복이자 왕자의 친구인 로드리고(로드리고만 가상의 인물).

이들 5명의 주인공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랑과 우정, 슬픔, 배신, 질투, 음모 등 인간사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 보통 2-3명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다른 오페라에 비해 줄거리가 복잡한 것 또한 이 작품의 특징이다.

때문에 1998년 첫 작품 '라 보엠'을 비롯해 '토스카'(2000년), '가면무도회'(2001년), '라 트라비아타'(2003년) 등을 통해 드라마틱한 심리묘사로 정평을 얻은 여성 오페라 연출가 이소영 씨의 연출이 더욱 기대된다.

이 작품에서는 중세 종교재판을 재현한 장면도 유명하다. 또 베르디의 오페라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의 음악성을 가진 작품으로 꼽히고 있다.

이탈리아 무대 디자이너 프란체스코 본디의 무대 연출도 관심거리다. 눕혀진 십자가 200개가 한꺼번에 세워지는 장면 등 현대 오페라의 진면목을 맛볼 수 있다.

테너 김재형(돈 카를로 역), 베이스 엔리코 주세페 요리, 함석헌(이상 필립보 2세 역), 바리톤 강형규, 서정학(이상 로드리고 역), 소프라노 이화영, 조경화(이상 엘리자베타 역), 메조소프라노 미리아나 니코릭, 양송미(이상 에볼리 역) 등 실력 있는 국내외 성악가들이 대거 출연한다.

당초 김재형과 돈 카를로 역을 번갈아 맡을 예정이던 테너 리처드 마지슨은 북핵과 관련한 정세에 불안감을 느껴 입국을 주저하던 중 캐스팅에서 제외됐다. 따라서 김재형이 네 차례의 공연을 모두 소화하는 강행군을 펼치게 됐다. 지휘자는 오타비오 마리노.

연출가 이소영 씨는 "음악이 중요하기 때문에 성악가를 선택하는 데 다른 작품에 비해 3-4배의 시간이 걸렸다"며 "다른 연출과 비교해 무대 위에 나타나는 현대적 상징들이 관심을 끄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만-12만원. ☎02-580-1300.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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