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의 유일한 록밴드‘이스트 리버’ 노 브레인

한물간 록스타와 그의 매니저를 그린 영화 ‘라디오 스타’가 조용한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물론 국민배우 안성기와 박중훈이 인기의 일등공신이지만 수많은 조연들의 뒷받침이 있어 가능한 것이었다. 이 가운데 영월의 유일한 록밴드 ‘이스트 리버(동강)’로 나온 노 브레인의 활약이 눈부시다.

“저희가 결성된 지 올해 10년째인데 영화 1편 출연한게 10년간 음악활동한 것보다 효과가 더 커요. 노 브레인의 존재 자체를 모르던 분들까지 저희를 알게된게 가장 좋습니다.”

1996년 10월 홍대 클럽 드럭에서 결성된 노 브레인은 ‘뇌가 없다’는 이름처럼 개성 넘치는 펑크밴드다. 보컬 이성우(30),베이스 정재환(28),드럼 황현성(28),기타 정민준(26)으로 구성된 팀은 국내 인디밴드 1세대로 인디문화 정착에 선봉 역할을 했다. 영화에도 나오는 대표곡 ‘넌 내게 반했어’를 비롯해 지금까지 4개의 정규앨범을 발표했다. 영화에서처럼 정신없고 산만하진 않지만 네 멤버는 서로에게 질세라 이야기를 많이 하기 때문에 각각의 말을 따로 구분해서 쓸 수 없을 정도다.

“영화를 보면 저희 있는 그대로 나온 것 같아요. 오히려 연기 좀 하려고 하면 이준익 감독님이 못하게 말렸다니까요(웃음). 비닐하우스에서 공연하는 장면을 찍을 때 기절할 만큼 더워서 고생했던 것만 빼면 촬영 내내 재미있었어요.”

이들은 극중에서 비틀스,키스,지미 헨드릭스,엘비스 프레슬리,프레디 머큐리(퀸),히데(엑스재팬) 등 록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밴드나 가수들의 코스프레를 촌스럽게 선보인다. 분장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너무 만족스러워서 지우기 싫었다고. 유쾌하고 엉뚱한 이들은 그동안 음악보다는 떠들썩한 퍼포먼스로 이름을 알렸다. 2000년 다른 밴드들과 만든 단체 ‘문화 사기단’은 ‘서태지를 엿먹이기’ 위해 만들었다고 밝혔다가 서태지 팬들의 집중 공격을 받았고,2001년에는 일본 후지락 페스티벌에서 욱일승천기를 훼손하는 퍼포먼스를 벌여 도마 위에 올랐다.

“옛날엔 그런 퍼포먼스가 재미있었는데 하다보니 수습하기가 힘들어서 요즘은 안해요. 안티팬과 악플 외엔 남는게 없거든요. 그리고 재미도 없어졌고요. 아마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봐요. 저희도 이제 퍼포먼스보다 음악으로 기억돼야죠.”

펑크를 한다는 이유만으로 괜히 반항하던 시절을 지나 노 브레인도 많이 성숙해진 모습이다. 하지만 ‘자유롭고 신나게 음악을 하자’는 마음은 늘 한결같다고. 지금도 한 달에 평균 50회 안팎의 라이브 공연을 너끈히 소화하며 음악을 즐기고 있다.

다음달 18일 10주년 콘서트 ‘Rock Forever’를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연다. 노브레인뿐 아니라 인디문화를 기념하는 자리로 자우림,레이지본,트랜스픽션,언니네 이발관.바세린,윈디시티 등 홍대 클럽 출신 대표 뮤지션들이 대거 출동한다. 영화에서 록스타로 나온 배우 박중훈이 특별게스트로 출연한다.

“타이틀처럼 한국 대중음악에서 록 음악이 영원하길 기리는 날로 만들고 싶어요. 펑크를 비롯해 록 음악에 대해 어렵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데요,그냥 마음을 비우고 듣다 보면 어느새 거기에 빠져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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