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리메이크 ‘성별파괴 바람’… 색다른 감성 전달 ‘신선’

‘리메이크에도 공식이 있다?’

이미 한 번 소개되었던 곡을 다시 부르는 리메이크 곡이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성별파괴’를 선언한 가수들이 늘고 있다. 대표적인 가수가 이승기. 지난달 12일 발매한 3집 앨범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에는 이소라의 ‘제발’을 포함해 에즈원의 ‘원하고 원망하죠’ 서영은의 ‘내 안의 그대’ 김완선의 ‘나만의 것’ 양파의 ‘아디오’ 등 여가수들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10곡이 담겨있다.

타이틀 곡인 ‘제발’은 원곡과는 또 다른 남성이 가진 감성을 전달한다. 애절하고 안타까운 원곡의 느낌은 살리되 이승기의 호소력 깊은 목소리가 어우러져 색다른 느낌을 자아낸다.

음반은 발매 후 열흘도 안돼 음악 사이트 벅스(bugs.co.kr)가 집계하는 인기 가요 순위에서 2위를 기록하며, 10월 첫째 주에는 1위를 차지하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남자 가수가 여자 가수의 노래를 부르거나, 여자 가수가 남자 가수의 곡을 리메이크 하는 일이 드문 것은 아니다. 지난 2003년에는 시원시원하고 남성적인 샤우트 창법으로 인기를 끌었던 가수 김경호가 여성 그룹인 핑클의 ‘나우’(NOW)를 리메이크해 관심을 끌었다.

발라드 가수 이수영은 조덕배의 ‘꿈에’를 보사노바 풍으로 다시 불러 호평 받았고, 브라운 아이즈 출신의 가수 나얼은 박선주의 ‘귀로’와 이상은의 ‘언젠가는’을 R&B 스타일로 재해석한 곡을 내놓기도 했다. 박효신은 강수지의 ‘흩어진 나날들’을 특유의 음색으로 리메이크 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이런 성별 파괴 경향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이승기처럼 아예 앨범 전체를 이성 가수의 곡으로 채우는 경우도 있다.

마야의 ‘소녀시대’ 앨범은 봄여름가을겨울의 ‘아웃사이더’ 이승철 ‘소녀시대’ 김현철의 ‘춘천 가는 기차’ 등 14곡 전부 남성 가수의 곡이 원곡이다. 리즈의 ‘MEMORY’ 앨범도 이문세의 ‘난 아직 모르잖아요’ 이승철의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 윤상의 ‘이별의 그늘’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 등 전체 14곡 중 7곡이 남성 가수의 곡이다.

지난 7월 두 번째 리메이크 앨범을 발표한 서영은 역시 일기예보의 ‘좋아좋아’ 동물원의 ‘널 사랑하겠어’ 이상우의 ‘그대를 만나는 곳 100미터 전’ 이승환의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 등 귀에 익숙한 남자 가수들의 곡을 다시 불렀다.

인기 가수들의 리메이크 행렬이 ‘성별파괴’라는 차별화 전략으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리메이크’ 자체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도 적지 않다. 리메이크 곡이 지나치게 난무하는데다, 홍보비 절약 등 가요계의 안이한 현실을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다.

때문에 남자 가수가 여자 가수의 곡을, 여자 가수가 남자 가수의 곡을 부르는 등 형식상의 시도가 별다른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대중음악지 ‘sub’ 객원필자인 신승렬씨는 “많은 가수들이 리메이크를 하기 때문에 더이상 리메이크가 이슈가 되지 않는 많큼 성별파괴는 일종의 차별화 전략”이라며 “최근 나오는 리메이크는 예전에 떴던 곡을 재해석 없이 상업적으로 재활용하는 데 그쳐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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